'미중 빅딜' 꺼낸 새 무역책사 베선트…트럼프 유연화 핵심 역할
소로스와 일했던 월가 큰 손 출신…잇딴 트럼프 관세 완화 설득 주역
금융시장도 신뢰 보내…트럼프와 중국·시장 모두 만족시킬지 주목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부쩍 '유연성'을 발휘하는 과정에 유독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존재감이 돋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전선의 긴장감을 낮추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장 사이에서 조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시장의 평가는 일단 호의적이다. 베선트가 극단적 미중 무역 갈등을 누그러뜨릴 만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는 2거래일 연속 2%대로 상승했다.
베선트는 22일에는 미중 무역 대치가 지속 불가능하다며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고 다음날 23일에는 중국을 향해 '빅딜' 기회를 언급하며 양국 이익을 함께 도모하자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트럼프 역시 대중 관세가 낮아질 수 있다고 거들면서 중국을 향한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시장의 경고를 전달하고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안전자산 미국 국채까지 팔려 나가자 결국 베선트가 트럼프의 일보 후퇴를 제안했고 이후 트럼프 관세는 계속해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는 90일 유예됐고, 중국의 주요 수출품인 스마트폰(아이폰)이 상호관세에서 제외됐다. 이제 대중 관세 자체도 현재 145% 수준에서 50~65% 수준으로 완화할 것이라거나 자동차 부품은 일부 면세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작업의 뒤에 모두 베선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베선트의 유화책과 트럼프의 유연함이 부상하는 것에 맞춰 그간 강경 관세정책을 주도했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무대에서 잠시 사라진 듯한 모습이다.
앞으로 그는 수십개 주요 교역 상대국과 벌이는 90일간의 무역협상을 이끌면서 특히 핵심 타깃인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소기의 관세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미국 경제나 세계 금융시장의 현실을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와 시장, 나아가 중국까지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셈이다.
베선트는 월가 전설 조지 소로스와 영국 파운드 폭락에 베팅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경험 덕분인지 시장의 경고를 읽는 데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금융 및 경제학 교수인 마이클 올리버 와인버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 경제나 금융 시장을 망치지 않도록 할 완벽한 인물"이라며 "스콧은 경제, 시장, 호황과 불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위를 취득한 후 금융에 대한 열정을 키워온 그는 1990년대 초 억만장자 자유주의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에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파운드 폭락에 베팅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일본 엔화와 관련해서도 베팅해 큰 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베센트는 소로스를 떠나 자신의 헤지펀드인 키 스퀘어 그룹을 설립했고 이후 트럼프와 인연을 맺고 2017년 트럼프가 첫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때 기부했다. 그리고 두번째 임기에서 재무장관을 맡는 데에는 트럼프의 정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븐 배넌의 지지도 한몫했다고 FT는 전했다. 배넌은 FT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베선트는 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에서 무역전쟁을 어떻게 이끌고 조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베선트를 잘 안다는 한 금융인은 FT에 "베선트는 항상 소규모 팀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며 "갑자기 절대적 혼란의 중심에 선 유명인사가 됐다"고 말했다.
또 베선트가 내놓는 성과가 트럼프를 만족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언제까지 베선트의 말에 힘이 실릴지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트럼프는 이날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비난하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특정 인물이 추천한 사람"이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파월이 연준 이사로 처음 임명된 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며 그를 연준 의장으로 추천한 사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골드만삭스 출신 스티븐 므누신이다. 그도 한때는 트럼프의 신임을 받던 '월가 출신 재무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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