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대통령, 트럼프 공세에 "괴롭힘 당하지 않겠다"
아파르트헤이트 잔재 청산 위한 토지무상수용 정책에 美 반발
트럼프 "특정 계층 심하게 대해" 주장하며 남아공 지원 중단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잔재 청산 정책을 비판한 가운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우리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케이프타운 연설에서 "우리는 민족주의, 보호주의, 편협한 이익 추구, 공동의 대의 쇠퇴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것이 개발도상국 경제의 일원인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세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낙담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회복력이 강하다.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의 토지수용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 잔재 청산 차원에서 정부가 공익을 위해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오래 버려진 토지를 무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수용법을 지난달 도입했다.
수십 년간의 인종차별적 아파르트헤이트 통치로 인해 발생한 토지소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30년이 넘었지만, 남아공 농지의 약 70%는 여전히 전체 인구의 10% 미만인 백인이 소유하고 있다.
다만 남아공 출신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우파는 이 법안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백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아공의 토지 몰수 정책은 특정 계층에 피해를 준다며, 남아공이 정책을 진행하는 동안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은 남아공에 연간 5억 달러(약 72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은 남아공의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HIV/AIDS)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남아공의 HIV 감염자는 800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남아공 광물자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면 남아공은 미국으로의 광물 수출을 보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남아공 간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머스크와 통화를 나눴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대변인 빈센트 마그웨냐는 "대통령과 머스크의 대화는 논리적이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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