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차단 위해 2023년 기습 감행"
신와르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저지 위해 비범한 행동 필요"
하마스,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진전에 다급…'구인 광고' 내기도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차단이 목적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확보한 하마스 정치국 회의록에서 당시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는 동료 무장대원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비범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의록은 2023년 10월 2일자로 신와르는 당시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주도한 인물이며 그는 2024년 10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와르는 회의록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온주의자(이스라엘) 간 정상화 협정이 크게 진전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 협정이 체결되면 대다수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이 같은 길을 따를 것이기에 2년간 준비해 온 공격을 개시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격의 목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지역의 흐름과 구도에 중대한 변화나 전략적 전환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 세력들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이 확보한 또 다른 하마스 내부 문건에선 지난 2023년 9월 서안지구와 예루살렘에서 갈등을 고조시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어렵게 만들자는 제안이 담겼다.
해당 문건에서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이익을 지키겠다고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약속에 대해 "하마스를 무력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저항을 차단하려는 미약하고 제한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마스는 지난 2022년 8월에 작성한 내부 기밀 보고서에서도 "아랍 국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관계) 정상화 흐름은 본질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약화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지켜내기 위해선 스스로의 입지를 재정비하는 것이 하나의 사명이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지난 2022년 10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간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는 데 나설 이들을 모집하는 구인광고 문건도 확보했다.
하마스는 공고에서 협상 및 소통 능력을 갖춘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직무에 대해선 "아랍권 시민 단체들이 이스라엘과의 정상화를 지지하는 단체들을 보이콧 하는 등 정상화에 반대하는 하마스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아랍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군이 확보한 문건들을 진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20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은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수교를 맺었다.
아브라함 협정의 완성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수교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수교에 진전을 보였으나 가자전쟁이 발발하면서 무산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가자지구에서의 전쟁 중단 및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이어지는 외교 절차 수용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WSJ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려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 대가는 막대했다고 평가했다.
하마스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고, 현재까지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실시하면서 가자지구 재점령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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