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는 조국도 없냐"…中, 파나마항구 운영권 판 홍콩기업 조사
홍콩 재벌 리카싱의 CK허치슨, 파나마운하 항구 지분 등 美블랙록에 매각
당국, CK허치슨 거래 조사 나서…"압박으로 권익 훼손 반대"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두고 미중 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매각한 홍콩 기업에 대해 '보복성' 조사에 나섰다.
19일 관영 신화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홍콩 재벌 리카싱 소유 기업 CK허치슨의 해외 항구 운영권 매각과 관련한 거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도 조사가 시작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원칙적으로 중국은 경제적 강압과 횡포를 이용해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일관되게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K허치슨의 항구 운영권 매각 거래가 외부의 강압에 의한 것인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CK허치슨은 파나마 운하 인근 2개 항구 운영권을 운영해 왔는데, 운하를 되찾겠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CK허치슨이 항구 운영권을 갖고 있는 것이 파나마 운하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1977년 미국·파나마 조약을 위반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가운데 CK허치슨은 이달 초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를 포함, 전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기타 자산을 미국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 시점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개최와 맞물려 중국 정부가 민영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힘을 실어준 시점이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의 권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CK허치슨이 자산을 매각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미국이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파나마가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과 홍콩 특별행정구는 홍콩 대공보를 통해 게재한 논평에서 "중요한 항구가 나쁜 의도를 품고 있는 미국 측에 쉽게 이전되었는가"라고 반문하며 "미국과 함께 춤을 추기로 선택하면 잠깐 큰돈은 벌지 몰라도 역사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거래는 미국이 강압 행위와 국력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빼앗는 패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외국 정부가 홍콩 기업을 포함한 기업인들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홍콩 행정부는 법과 규정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뿐 아니라 파나마 항구 운영권을 매각한 리카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렁춘잉 전 홍콩 행정장관은 "사업가에게 조국은 있는 것인가"라며 "어쩌면 홍콩이 외세의 통치를 오래 받아서인지 일부 사업가들은 '사업가에게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조국이 없는 사업가는 결국 부모가 없는 고아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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