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 말고 더 있다"…일본군 '마루타 부대' 명부 발견
국립공문서관에 1644부대·8604부대 대원 명부…"731부대와 협력 입증"
전직 부대원 아들 집념에 세상에 나와…생체실험 만행 추가 연구 기대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마루타 실험'으로 잘 알려진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군 세균전 부대의 대원 명부 등의 문건이 발견됐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731부대 이외의 일본군 생물학 부대 관련 자료는 부족한 편인데, 정리된 공문서 형식으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연구자들이 1644부대(중중국 방역급수부)와 8604부대(남중국 방역급수부)의 1945년 부대원 명부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명부에는 대원의 성명과 주소 등이 적혀 있다.
이들 부대는 각각 중국 난징과 광저우에 배치됐다. 특히 1644부대는 중국 각지의 방역급수부 부대 중에서도 731부대를 잇는 유력한 부대로 여겨졌다.
이 자료를 열람한 니시야마 가쓰오 시가의과대학 명예교수는 731부대에서 세균전을 연구한 대원이 1644부대 명부에서 확인됐다며 "세균전 부대 간의 협력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증언 등을 통해 추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귀중한 자료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전직 부대원의 아들인 다케가미 가쓰토시(77)의 집념 덕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생전 "물을 깨끗이 하는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후생노동성에서 받은 자료에는 아버지가 '중중국 방역급수부'에 복무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가쓰토시는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이 부대가 731부대의 "표면과 뒷면의 조직"(동전의 앞뒷면)인 것을 깨달았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군이 페스트균과 콜레라균을 공중 살포한 작전에도 참여했고, 전쟁 중 가장 낮은 '2등 간호병'에서 '위생 중위'로 진급했다. 추가 조사 중 가쓰토시는 아버지 부대의 명부가 후생노동성에서 국립공문서관으로 이전돼 공개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니시야마 명예교수에게 이 정보를 알렸다. 명부가 공개되면서 부친의 전 동료 유족들과 연결된다면 새 정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가쓰토시는 "전후 80년이 지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며 "아버지의 경험과 1644부대가 한 일이 미궁에 묻히는 것은 꼭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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