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권진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옛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트럼프의 '새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또다시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배넌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말 사악한 사람이고 아주 나쁜 사람"이라며 "나는 이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을 내 일로 삼게 됐다. 전에는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참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넌은 오는 20일 트럼프의 취임일까지 머스크를 쫓아내겠다면서 "그는 백악관에 접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머스크의 유일한 목표는 '조만장자'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머스크는 '기술 봉건주의'를 지지하지만 자신은 그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배넌은 머스크가 "어린아이의 성숙도를 가지고 있다"며 "그는 자신의 회사가 보호받고 더 나은 거래를 하거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또 머스크가 출신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왜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이들인 백인 남아공인들이 미국 일에 발언하도록 하는 것이냐"고도 주장했다.

앞서 배넌은 새해 전야에도 머스크의 얼굴을 "찢어버리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험악한 말들을 쏟아낸 것이다.

배넌의 트럼프를 향한 원색적 비난의 배경에는 전문직 비자(H-1B)를 둘러싼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

머스크는 '전문직 외국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해당 비자를 옹호하는 반면 배넌은 이 비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미국인을 희생시키고 기업이 값싼 외국 노동력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즉 배넌은 반(反)이민 정책을 주축으로 두고 있는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조가 해당 비자를 옹호할 경우 훼손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트럼프는 해당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나는 H-1B 비자를 항상 좋아했다"며 머스크의 편을 들어준 상태이지만 배넌의 공개적 비난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트럼프의 '신(新)·구(舊) 실세 간 주도권 신경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전통적 지지층은 백인 노동자 계급으로 일컬어지며 배넌 등이 이들을 등에 업은 '구 실세 그룹'으로 칭해진다.

새롭게 떠오른 실세들은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후원금을 쏟아 부은 실리콘밸리의 IT 억만장자들로 일컬어진다.

배넌은 한때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리며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인선되기도 했지만 정권 출범 7개월 만에 전격 경질된 바 있다.

이후 트럼프와 소원해졌던 관계를 회복하긴 했으나 현재 트럼프의 옆에는 '퍼스트 프렌드'로 불리는 머스크가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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