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에 '예외나 면제 없는' 25%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확전 일로로 치닫고 있다.

더구나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을 주요 관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한 데다, '상호 관세' 부과 계획도 예고돼 있는 등 트럼프발 '관세 몰아치기'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대미 무역흑자 8위 국가인 한국이 수출 전략의 판을 아예 새롭게 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되살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오는 3월 12일부터 적용할 예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어떠한 예외나 면제도 없다(No exceptions or exemptions)"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무너진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려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가공산업부터 살려야 한다는 판단이 배경에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제조업과 생산의 미래 부흥을 위해서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외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임기(2017~2021년) 때부터 2018년 3월에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를 부과했었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대미 철강 수출국들은 트럼프 1기 및 바이든 정부와 별도의 협상을 통해 쿼터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관세를 면제받아 왔는데, 이것이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트럼프는 포고문에서 "호주, EU 회원국, 일본, 영국을 포함한 무역 상대국과의 대체 협정 결과, 이들 국가로부터의 철강 제품 수입이 미국 전체 철강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8.6%에서 2024년 20.7%로 증가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쿼터 대상 국가(아르헨티나, 브라질, 한국)의 수입량은 약 150만 톤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의 수요는 610만 톤 이상 감소했다"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해 수입량을 직전 3년(2015~2017년) 평균의 70%(263만 톤)로 제한하는 대신 관세를 면제받는 '절대 쿼터제'를 2018년 5월부터 적용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산 철강은 다시 25%의 관세를 적용받으면서, 적어도 미국 기업과는 가격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US스틸, 누코어, 스틸다이내믹스, 센츄리알루미늄, 알코아 등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생산 기업들이 이번 관세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미국 제조업과 철강산업이 위기라고 하더라고 미국 철강 소비 시장에서 수입품 점유율은 30% 선으로 70%는 미국 내에서 감당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같은 외국산 점유율을 더 낮추고 생산시설 가동률은 8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포고문에서 "미국 내 소비 철강의 수입 비중은 2024년 크게 증가해 거의 30%에 달했는데, 이는 2018년 1월 11일 보고서를 발표했을 당시 수입 비중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더구나 세계 철강 업계는 건설,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이 부진한 데다 '과잉생산' 지적을 받는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영향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견디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 세계 철강 과잉 생산 능력은 약 6억30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포고문에서 "중국의 철강 수출이 급증해 2024년 11월까지 1억1400만 톤을 초과했다"며 "다른 나라의 생산을 대체하고 미국에 더 많은 철강 제품과 파생 철강 제품을 수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트럼프의 이번 관세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의 경우 미국 내에 제철소를 지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신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설사 관세를 면제받는다고 하더라도 경제 여건, 언어, 문화, 임금구조 등 판이한 사업환경의 국가에 투자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우리나라 핵심 수출 산업 전반에 타격이 우려된다.

반도체는 지금까지는 한미 FTA에 따라 관세를 거의 적용받지 않지만, 최근 대미 수출이 급증하고 있어 관세 부과 타깃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한 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확대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123% 급증한 102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내 발표하겠다고 재확인한 '상호 관세'도 대미 무역수지 흑자 8위 국인 한국을 옥죌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거의 대부분의 미국산 수입 품목에 관세를 없앴지만, 미국이 무역불균형 해소를 내세워 상호 관세나 추가 조치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여전히 철강 관세 예외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실제 관세 부과일까지 협상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적 혼란으로 권력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측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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