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1%' EU 솜방망이 맞고도…美빅테크, 트럼프 향해 구조신호
EU 과징금 '관세'로 칭하며 트럼프 무역전쟁과 연계 시도
EU, 트럼프 자극 않으려 소액 관세…향후 추가 제재 가능성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갑질 방지법' 제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 세계 연 매출의 0.1% 밖에 안되는 '소심한'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EU의 본격적인 미 빅테크 때리기가 시작될 거란 주장이다.
24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에 따르면 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의 로비스트들이 전날 EU의 과징금 발표 직후 이를 '관세'로 칭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EU는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혐의로 애플과 메타에 각각 과징금 5억 유로(약 8200억 원), 2억 유로(약 3300억 원)를 부과했다. DMA는 대형 기술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2022년 마련된 법이다.
EU는 DMA를 통해 미국의 애플, 메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및 중국 바이트댄스 등 6개 기업을 일명 '게이트키퍼'(디지털 시장 접근을 위해 소비자가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문지기 같은 플랫폼)로 분류했다. 미국 빅테크 로비스트들은 DMA가 자국 기술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한다고 주장해 왔다.
EU의 이번 과징금은 각각 매타와 애플의 글로벌 연 매출 0.1% 수준에 불과하다. 이론상으론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이 가능하고 위반이 반복되면 최대 20%까지도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일각에선 EU가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기와 마찬가지인 소액의 과징금을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미국 빅테크들의 아우성은 거세다. 조엘 카플란 메타 최고글로벌담당책임자(CGO)는 "메타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고 열악한 서비스 제공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관세'라는 단어 사용이 의미심장하다. 메타에서 공공정책 책임자를 지낸 케이티 하바스는 "유럽의 기술 규제를 트럼프의 무역전쟁과 연계시키려는 매우 명백한 시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빅테크의 관계는 복잡하다. 미국 백악관은 EU의 빅테크 과징금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갈취"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역시 그동안 미국 빅테크들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이들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여 왔다.
업계에선 EU가 엑스(X)를 포함한 더 많은 미국 빅테크를 상대로 훨씬 고액의 벌금을 매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DMA 관련 조치에 나설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실패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미국의 빅테크 등 서비스 산업을 겨냥할 수 있다고 시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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