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51번째 주" 발언에 민심 급변…加 '27%p 격차' 선거 역전
카니 총리 자유당 165석 확보 예상…"역사상 짧은 기간 가장 큰 역전"
트럼프 관세·합병 발언 후 반미 감정 고조…캐나다 내 트럼프 부정평가 75%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미국을 넘어 캐나다까지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저스틴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에 대한 불만 여론을 누르면서 총선 결과를 뒤집었다.
CTV와 CBC 등 캐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은 전체 343석 중 167석을 얻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수당은 145석, 퀘벡블록당(BQ)은 23석, 신민주당(NDP)은 7석, 녹색당 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자유당이 과반 의석(172석)을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트뤼도 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자유당에 대한 지지율은 급락, 보수당과의 지지율은 최대 27%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선거 통계 사이트 338 캐나다가 공개한 예측에 따르면,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확률은 55%로 나타났다. 1월까지만 해도 1%에 미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었다.
정치 분석가인 에릭 그레니어는 "이번 (지지율) 변화는 캐나다 역사상 짧은 기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뤼도 전 총리의 사임과 카니 총리의 취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등 여러 요인이 자유당에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캐나다에 대한 경제적 압박과 발언들이 캐나다 내 반미 감정을 촉발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카니 총리의 자유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우방국인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반면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트뤼도 전 정부의 경제 실패를 짚는데 주력하면서 여론의 향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캐나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코(Research Co)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캐나다와 미국과의 관계를 꼽았을 정도로 캐나다 내 고조된 반미 감정을 보여준다. 이어 △주택·노숙·빈곤 △경제 및 일자리 △조건 의료 △이민 △범죄 및 공공 안전 순이었다.
폴리티코와 여론조사업체 포칼데이터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2826명의 캐나다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75%에 달했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14%에 그쳤다.
온타리오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로라 스티븐슨은 "폴리에브는 엄청난 반(反) 트뤼도 정서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성공했다"며 "평상시 선거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정치학 명예교수인 앨런 터퍼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캐나다 국민들과 총리 및 주지사들은 캐나다와 미국 관계를 깊고 중요한 동맹관계로 여기고 자유무역을 비롯해 기본적으로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 본다"며 "그러나 트럼프 하에서는 그런 관계가 사라졌다. 오히려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선거 예상 결과가 발표된 후 지지자들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와 합병 위협으로 인한 힘든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 무역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배신으로 인한 충격을 극복했지만 그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폴리에브 대표도 패배를 인정하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자유당 정부와 협력할 뜻을 밝혔다.
폴리에브 대표는 오타와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우리는 언제나 캐나다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보수당은 캐나다의 이익을 수호하고, 관세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공동 목표를 위해 총리 및 모든 정당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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