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머스크·추방… 美언론이 꼽은 '트럼프 100일' 5대 실수
'해방의 날' 관세, 미국인들은 별로 안 좋아했다
법원 무시하고 이민자 추방…법치주의 위협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째를 맞았지만 지지율은 부진하다.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지난 18~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44%에 그쳤다. 이는 조 바이든(54%), 버락 오바마(62%), 조지 W. 부시(63%) 등 전임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차 지지율보다 낮고 트럼프 1기(45%) 때보다도 1%포인트 떨어진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떨어진 배경으로 중대한 실수가 크게 5가지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트럼프는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가 미 국채 시장이 흔들리자 이를 90일간 유예했다.
미국에 값싼 공산품을 공급해 오던 중국은 보복 관세로 대응했고 소매업체들은 가격 인상이나 공급 부족을 경고했으며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관세가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더힐은 지적했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33%에 그쳤다. 전반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도 38%로 낮은 수준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거의 3억 달러(약 4300억 원)를 썼다. 그 대가로 트럼프는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해 연방정부 인력을 대폭 정리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여줬다.
하지만 머스크는 대중적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인물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중 57%는 트럼프 행정부 내 머스크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으며 이코노미스트·유거브 여론조사에서도 머스크를 좋게 보는 미국인은 39%에 그쳤다.
더힐은 트럼프가 막대한 기부자인 머스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부와 이해가 상충할 수 있는 사업가에게 위상과 권력을 부여한 결정은 매우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불법 이민 단속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폭스뉴스가 △국경 보안 △이민 △추방 등 정책을 세 가지로 세분화해 질문했을 때 유권자들의 응답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국경 보안 강화 자체에 대한 지지도는 55%로 과반이었으나 이민 단속과 이민자 추방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47%와 45%로 나타났다.
특히 추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행기를 돌리라"는 법원의 집행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행정 오류로 추방된 합법 체류자까지 엘살바도르의 감옥에 수감시킨 영향으로 보인다.
더힐은 이 같은 사례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법치주의 준수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진보 담론의 주체였던 대학가를 '반유대주의 척결'을 명목으로 탄압했다. 하버드와 컬럼비아 등 명문대를 상대로 지원금을 끊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줬다. 이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가 학문적 자유에 간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자신의 정적들을 대리했던 로펌들을 겨냥해 정부 계약을 모두 끊어버리는 등의 제재를 가했다.
이 밖에도 여러 정부 부처의 감사관들을 해임했으며 1기 당시 자신을 비판했던 법무부 내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더힐은 트럼프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진보 논객들 사이에서 그가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둘러싼 불만도 적지 않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 지지도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35%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다"면서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두둔한 트럼프는 지난 2월 28일 백악관으로 찾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 면박을 주며 군사 지원도 일시 중단하는 등의 초강수를 뒀다.
대선 전에는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한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협상이 부진해지자 중재 노력에서 발을 빼겠다며 인내심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힐은 트럼프가 여전히 집권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보유하고 있고 열렬한 지지층도 거느렸지만 자신이 자초한 정치적 실수 때문에 일반 대중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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