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분기 -0.3% 역성장 충격…트럼프 "관세 무관, 인내하라"(종합2보)
관세 시행 앞두고 재고 확보 수입 급증…3월 무역적자 1620억 달러 '사상 최대'
머스크 주도 효율화 작업에 정부 지출도 감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재확산
- 류정민 특파원, 박우영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박우영 기자 =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역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재고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수입 증가와 효율화 작업에 나선 연방 정부의 지출 감소가 성장률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감률 속보치가 작년 4분기 대비 -0.3%(연율)로 집계됐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역성장한 것은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이다. 이는 로이터통신 등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소비둔화 우려에도 불구, 2023년 2.9%, 2024년은 2.8%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직전인 지난해 4분기에도 GDP 증가율은 2.4%였다.
상무부는 이날 역성장 요인에 대해 "GDP 산출 시 차감 요인인 수입 증가와 정부 지출 감소가 투자, 소비자 지출, 수출 증가로 일부 상쇄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GDP 성장 요인인 투자와 소비 지출,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역성장 요인인 수입 증가와 정부 지출 감소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의미다.
세부 발표자료를 보면 1분기 중 수출은 1.8% 증가에 그쳤지만, 수입은 41.3%로 크게 늘었다. 특히 상품 수입은 50.9% 급증했다.
상무부는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의 조사를 인용, 수입품 증가는 주로 소비재(식품 및 자동차 제외, 주로 의약품, 치과용 및 제약 제품, 비타민 포함)와 자본재(자동차 제외, 주로 컴퓨터, 주변기기 및 부품)의 증가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3월 상품 무역적자는 1620억 달러(약 231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 지출의 경우 1분기 중 1.4% 감소했다. 연방정부 지출이 5.1%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지방정부 지출은 0.8% 증가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의 효율화 작업의 영향으로 지출도 줄었지만, 인력 감축 과정에서 퇴직금 지급과 같은 일회성 비용도 증가했다.
상무부는 "방위 소비 지출 감소가 주로 작용했으며, 이는 주 및 지방 정부 지출(직원 보상 증가가 주도)의 증가로 일부 상쇄됐다"라고 설명했다.
성장 요인인 투자 증가의 경우 가장 민간 재고 투자가 가장 큰 요인으로, 도매 무역(특히 의약품 및 잡화)의 증가가 주도했다.
민간 투자는 21.9% 급증했는데, 관세 시행에 앞서 설비 투자를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지출은 서비스와 상품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개인 소비가 1분기 1.8% 증가한 가운데, 내구재 소비는 3.4% 줄었지만, 비내구재와 서비스는 각각 2.7%와 2.4% 증가했다.
상무부는 "서비스는 의료 및 주택과 유틸리티(전기, 수도 등) 지출이 소비를 주도했으며, 상품 부문에서는 비내구재 상품의 증가가 내구재 상품의 감소로 일부 상쇄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3년 만의 역성장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GDP 발표 후 뉴욕증시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지금 주식 시장은 바이든의 것이지 트럼프의 것이 아니다'라면서 "저는 1월 20일까지는 취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는 곧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며, 기업들이 기록적인 숫자로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는 번영하겠지만 바이든의 영향부터 우선 걷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관세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번영이 시작되면 이전에 없던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지라"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막 100일이 지난 가운데 받아 든 역성장 성적표로 미국 내 스태그플레이션(역성장 속 물가상승) 위기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대형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수입이 기록적으로 증가하자 앞서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급격하게 하향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0%에서 -1.4%, 골드만삭스는 -0.2%에서 -0.8%, JP모건은 0%에서 -1.75%로 낮춰 잡았다.
다만, 1분기 GDP 속보치는 관세 발효 이전에 기업들의 사재기로 인해 왜곡될 수 있고 미국 경제에 대한 피해를 과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지적도 있다.
BNP 파리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사벨 마테오스 이 라고는 FT에 "수입의 합계에 잡음이 매우 크게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비화폐성 금이 수입 급증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GDP 수치를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다. 수입이 급증했지만 재고 축적은 적정 수준을 유지 중인데 이는 금 수입으로 인한 GDP 왜곡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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