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 뜯어갔잖아"…美정부, 한국 콕 집어 연일 무역 합의 압박
USTR 대표 "한국, 협상서 진취적으로 나오고 있어"
베선트는 한국 대선 거론하며 조기 합의 유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 당국자들이 한국에 조기 무역 합의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자국에 유리한 협상 선례를 마련하고 관세 정책의 구체적인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뉴스네이션의 타운홀 행사에서 한국·일본·인도와의 무역 협정을 언제 발표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들과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나는 상대국보다 더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를 원하는데,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며 미국이 유리한 입지에서 협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경고하자 트럼프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며 "한국은 우리를 뜯어먹어(rip off) 왔다"고 발끈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들의 군대에 돈을 대고 있다"며 "(1기 때) 나는 그들(한국)이 군사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친구이자 적"이라며 "종종 친구보다 적과 거래하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까지 했다.
같은 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어 대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의 협상 태도에 관해 매우 진취적(forward-leaning)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제안을 내놨고 우리는 피드백을 줬다"며 "한국과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과의 관세 협상을 3단계(three phases)로 나눠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이 1단계 최우선 협상 대상국이라는 영국 가디언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여러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나라가 야심적이라면 우리도 그만큼 야심적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어는 "우리는 영국과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다면 누구든 받아들이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각국과의 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전날 한국과 일본의 선거 일정으로 무역 협상이 빨리 진행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오히려 반대"라며 "이 나라들이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완성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베선트는 "한국 정부가 대선 전 무역협정의 틀을 마련해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며 한국이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을 마쳐야 현 정부가 그 성과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자칫하면 선거 개입 등 정치적 논란을 부추길 수 있는 발언에 곤혹스러워진 우리 정부는 즉각 부인했다. 미국은 한국 대선을 협상 조기 타결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반면, 한국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신중론을 펴는 입장이다.
베선트의 발언은 지난 24일 양국이 2+2 통상 협의에서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7월 8일까지 관세 철폐를 위한 '줄라이(July)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정부의 발표와도 상충해 혼란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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