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기밀을 가족 채팅방에?…'보안 스캔들'에 흔들리는 트럼프 안보라인
왈츠에 이어 헤그세스까지 시그널 스캔들…내부 분열 본격화
FT "트럼프, 민주당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 주기 싫어 해임 안해"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안보라인이 잇따른 '보안 참사'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부 장관이라는 두 사령탑이 민간 메신저 시그널로 군 기밀을 유출해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의 주인공이 되면서다.
지난 3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부 보안 메신저가 아닌 시그널을 통해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하던 중 실수로 언론인인 제프리 골드버그 디애틀랜틱 편집장을 채팅방에 초대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국방부 사무실 컴퓨터에 시그널 앱을 설치한 뒤, 부인·남동생·개인 변호사가 포함된 채팅방에 예멘 공습 상세 계획을 공유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두 고위 관료의 사건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 2기 내부의 보안 인식 부재와 충성심 중심 인사 운영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왈츠 보좌관은 전투 경험이 풍부한 군인 출신이다. 미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에 소속돼 아프리카나 중동, 아프리카에서 복무한 이력이 있다. 기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할 사람이 이런 일을 벌여 더 논란이 됐다.
심지어 후티에 대한 공습 2시간 전에 기밀이 노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백악관 내부에서 그의 경질론이 대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이라며 옹호했으나 내부에서는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왈츠를 둘러싸고 '지메일 사용 논란'도 제기됐다. 4월 초 왈츠 보좌관이 공식 업무를 처리할 때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의 개인 계정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왈츠 본인뿐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직원들까지 민감한 군사적 위치와 무기 시스템 논의 등을 지메일로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인 2016년에 벌어졌던 이메일 스캔들과 유사한 보안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개인 이메일 계정은 해킹에도 취약하고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경질설이 제기된 후 왈츠는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근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NSC에서 여러 직원이 해고됐는데, 이들 가운데 왈츠의 보좌관도 포함돼 있어 그가 내부적으로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아직 트럼프는 공식 해임은 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왈츠의 입지가 불안정하지만 트럼프가 그를 해임하는 게 민주당과 주류 언론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시그널 스캔들 이후 펜타곤도 고위 참모 4명이 잇따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조직 붕괴 위기에 처했다.
이번에 사임을 발표한 존 울려서엇 전 국방부 수석 대변인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펜타곤은 완전한 혼돈에 빠져 있으며, 헤그세스가 그의 직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펜타곤은 기능 마비 상태다. 대규모 해임과 정보 유출, 내부 음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일각에서는 후임 물색설까지 제기됐다. 왈츠가 시그널 채팅방에 언론인을 초대한 건 실수로 치부할 수 있지만, 헤그세스는 보안 수준이 높은 국방부 컴퓨터에 굳이 시그널 메신저를 깔아 가족들이 있는 채팅방에 기밀을 공유한 건 문제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공군 장성 출신인 도널드 베이컨 하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군사 작전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가족과 공유한 것이 전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퇴역 해군 제독인 제임스 스타비리디스도 CNN 인터뷰에서 "그가 민감한 정보를 개인적인 메시징 앱을 통해 공유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방장관으로서 부적격 인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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