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내쫓는 트럼프, 남아공 백인 59명엔 난민 지위 인정
남아공, 과거 인종차별 정책으로 굳어진 백인 장악 토지소유 구조에 재분배 추진
트럼프·머스크, 남아공 백인 '역차별' 주장하며 남아공 정부 비난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미국 내 이민자를 대거 추방하며 줄곧 강경 대응을 예고해 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백인 59명에겐 난민 지위를 부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에 따르면 남아공 국민 59명을 태운 여객기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크리스토퍼 란다우 미 국무부 차관, 트로이 에드거 국토안보부 차관이 나와 이들을 맞이했다. 란다우는 "지난 몇 년간 여러분이 겪으셨던 어려움을 존중한다"며 미국에서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고 새로운 삶을 응원했다.
이들은 모두 백인으로, 최근 남아공 정부의 토지 개혁 정책에 반기를 들며 출국한 농업종사자들로 알려졌다.
남아공 인구 중 백인은 약 8%에 불과하지만 남아공 전체 사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다. 흑인은 남아공 인구의 80%에 달하는데 토지 소유자 중 흑인 비율은 4%에 그친다. 이에 남아공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정책)의 유산을 청산한다며 토지 재분배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인종차별적인 재산 몰수"라고 비난하며 남아공의 농부를 난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트럼프는 가족이 있는 농부는 누구나 "미국 시민권을 신속하게 취득할 수 있는 경로와 함께 미국으로 초대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측근이자 남아공 출신 백인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적인 소유권 법률을 가지고 있다"며 강력 비난했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왜 아프리카 내 기근과 전쟁의 희생자들보다 남아공 백인들이 우선시되고 있냐'고 묻는 말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량학살(genocide)"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우연히 백인일 뿐이며, 백인이든 흑인이든 내게는 전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국제난민기구의 제러미 코닌다이크 회장은 미국의 이번 난민 수용이 "난민 재정착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인종차별적 이민 프로그램"이라며 "실제 난민들은 여전히 버려져 있다"고 비난했다.
다이크 회장은 "전 세계에는 전쟁이나 박해로 인해 고국을 떠나야 했던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있다"며 "이들은 이 (남아공) 집단에 속한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opyun@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