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밝힌 은퇴 이유…"90세까진 괜찮았지만 그 후 확 늙어"
WSJ 인터뷰…"사람 이름 기억 안나고, 신문 읽기 힘들어져"
"투자자로서 재능은 그대로…공황 와도 두렵지 않아"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달 초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은퇴 이유로 '고령'을 꼽았다. 1930년 8월생으로 만 94세인 버핏은 신체능력에 뚜렷한 변화를 느끼면서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은퇴를 결정하게 된 "마법 같은 순간은 없었다"면서 "당신은 자신이 나이 들었다는 것을 언제 깨닫게 되나"고 물었다. 하루 아침에 늙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변화가 쌓이다 어느 순간 그것을 깨닫게 된 자신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었다.
버핏은 "이상한 이유로 90세가 될 때까지는 나는 늙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늙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끔 균형을 잃기 시작했고,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문 활자의 잉크가 너무 연하게 인쇄된 것처럼 보여 읽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런 일을 겪으면서 그의 생각은 하나로 모아졌다. 이에 그는 지난 3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차 주주총회 질의응답 시간 마지막 몇 분 동안 오는 12월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그가 하루 10시간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하루 10시간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지의 차이는 점점 더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처리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었고, 필요한 곳에 경영진을 변화시키고, 어딘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왔다. 온갖 방식으로 말이다"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는 버핏이 죽을 때까지 버크셔의 수장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핏은 자신이 평생 버크셔의 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CEO로서 남보다 더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한 오래 일하고 싶었고 그게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길었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나이가 들면서 자기 능력이 다소 둔해졌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투자자로서 소중하고 보기 드문 재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지더라도 나는 여기서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가격이 내려가거나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나는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이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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