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개입 않겠다, 알아서 할 일" 트럼프 연설에 아랍 기립박수
사우디 투자포럼서 과거 美정부 개입주의 비판…'제재 해제' 시리아도 환호
"일관성 없는 발언의 일부일 뿐…빈살만 위한 홍보용 쇼" 평가절하도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중동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국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식을 강의하지 않겠다'면서 중동 등 다른 나라에 대한 불간섭을 천명했다. 아랍 국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명을 개척하라'는 트럼프의 말에 환호하고 기립박수를 보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포럼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연설했다.
그는 과거 미국 행정부의 개입주의를 비판하며 "결국 이른바 국가 건설자들은 자신들이 건설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국가를 파괴했다"며 "그리고 그 개입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복잡한 사회에 개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몇 년 동안 너무나 많은 미국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미국 정책을 이용해 그들(외국 지도자)의 죄에 대해 정의를 집행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에 시달려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동 지역 사람들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라"고 촉구했다.
연설 후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의 연설은 중동 지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트럼프가 같은 날 선언한 시리아 제재 해제를 축하하는 시리아인들의 밈도 SNS에 넘쳐났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나라로 거듭날 기회를 준다"면서 시리아에 대한 모든 제재를 풀었다. 전직 지하디스트였던 시리아 임시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를 처음으로 만나 깜짝 정상회담을 하고 사진을 찍은 트럼프가 중동의 주권을 인정하는 말까지 하자 중동은 잔치 분위기였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의 연설이 때로는 난삽하기까지 했던 40분 넘게 이어진 연설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그의 연설 내용과는 달리 이번 중동 방문에서 보인 트럼프의 행보는 더 큰 외교적 야망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고 보았다. 미국의 개입주의 외교정책의 일대 전환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NYT는 트럼프가 이전에는 "이슬람은 우리를 증오한다"고 말했고, 쿠란은 "매우 부정적인 분위기"를 가르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입도 뻥끗 않은 채 이번에는 돌연 사우디 왕국의 유산을 칭찬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우디 군중 앞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냉담한 태도로 왕세자를 대했던 것과 대조된다고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반정부 성향의 사우디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를 피살 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서 NYT는 트럼프의 연설이 "일부 아랍 청중에게 인권 침해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사라질 경우 자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사우디 야당 정치인이자 사우디에 수감된 저명한 성직자의 아들인 압둘라 알라우드는 이 연설을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한 '홍보용 쇼'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억만장자들로 가득한 청중과 "모든 반대 의견을 잔혹하게 침묵시킨 권위주의적 지도자(빈 살만 왕세자)" 앞에서 중동이 이 지역 민중에 의해 건설됐다고 찬양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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