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상 알린 '그 사진'…실제 촬영자는 따로 있었다?
AP통신 기자로 알려져 온 '네이팜탄 소녀'…한 다큐멘터리서 다른 촬영자 공개
WPP, 논란 일자 자체조사 후 원작자 이름 삭제…AP 기자 "의혹 제기는 모욕"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베트남 전쟁의 잔혹성을 극적으로 알렸던 사진 '네이팜탄 소녀'의 원작자가 당초 알려져 있던 AP통신 사진기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세계 보도사진상을 주관하는 월드프레스포토(WPP)는 AP통신 전 사진기자이자 미국-베트남계 사진작가 닉 웃을 "해당 사진의 작가로서 더 이상 명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WPP가 웃의 이름을 삭제한 건 이 사진의 실제 촬영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최근 선댄스영화제에서는 이 사진의 저작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더 스트링거(The Stringer)'가 상영됐다. 다큐멘터리는 베트남 현지 프리랜서 사진가가 촬영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WPP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촬영 당시 위치와 거리, 사용된 카메라 등을 분석한 결과 웃보다 더 적절한 위치에 다른 사진기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WPP는 응우옌 타잉 응에와 후잉 콩 푹(Huynh Cong Phuc) 두 사람이 실제 촬영자일 수 있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냈다.
1972년 베트남 전쟁 당시 찍힌 이 사진은 미군의 네이팜탄 공격 직후 당시 9살이었던 베트남 소녀 킴 푹이 나체로 울부짖으며 내달리는 모습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세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고 웃은 이 사진으로 197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응우옌과 웃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응우옌은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사진은 분명히 내 것"이라고 주장했다. 웃도 2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진은 내가 찍었다"며 "의혹 제기는 내게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WPP는 웃의 이름은 삭제하고 원작자를 알 수 없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사진의 진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해당 장면이 실제 역사적 순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수상 자체에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AP통신은 "당시 도로 위나 사진 편집실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50년이 지난 지금 완벽히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웃을 여전히 해당 사진의 촬영자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절대로 명확히 밝힐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진지한 의문점이 생겼다"고 수긍했다.
한편 사진 속 소녀 푹은 당시 입었던 화상을 치료하고 캐나다에서 전쟁 피해 어린이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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