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놓고 엇갈린 미중…美 "다같이 탈퇴하자" vs 中 "5억달러 내겠다"
케네디 WHA 영상연설 "비대해진 조직, 다른 나라도 탈퇴 동참하길"
중국, 추가 기부 약속하며 "일방주의 말고 다자주의로 해결"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극명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미국은 WHO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며 다른 나라들에도 탈퇴를 독려한 반면, 중국은 5억 달러(약 7000억 원)의 추가 기부를 약속하며 기구 내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연차총회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WHO는 관료주의적이고 비대한 조직"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케네디 장관은 "저는 세계 각국의 보건부 장관들과 WHO가 우리의 탈퇴를 경고로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며 "우리는 이미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접촉했으며 다른 국가들도 (WHO 탈퇴) 동참을 검토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케네디는 WHO가 "관료주의적 비대함과 고착화된 패러다임, 이해 충돌, 국제 권력 정치에 얽매여 있다"고 지적하며 "생명력을 잃은 WHO의 한계에 시달릴 필요 없이 효율적이고 투명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거나 기존 기구를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
WHA에 참석한 외교관들과 관계 부처 장관들은 침묵 속에서 이 영상 연설을 지켜봤다.
같은 날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WHA 연설에서 향후 5년간 WHO에 5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탈퇴로 인한 WHO의 재정난을 완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WHO는 미국의 분담금 지원 중단 등을 사유로 2026~2027년 예산을 전년 대비 21% 삭감한 42억 달러로 책정한 바 있다.
류 부총리는 "세계는 현재 일방주의와 강권 정치의 영향으로 글로벌 보건 안보의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다자주의는 어려움을 해결할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총회에서 결정될 WHO의 새 예산안에는 회원국의 의무 분담금을 향후 2년간 20%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WHO의 최대 지원국이 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이 지원을 약속한 5억 달러에 이 분담금 인상분이 포함돼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한때 미국은 WHO의 최대 공여국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에 취임하자마자 WHO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구에서 발을 빼게 됐다. 트럼프는 WHO 탈퇴 사유로 코로나19 대응 미흡과 중국에 대한 편향을 들었다.
트럼프는 이후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케네디를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케네디는 환경 변호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의문을 제기해 온 백신 회의론자다.
한편 중국은 WHO 내에서 미국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메우면서 기구 내 발언권과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중국이 다자주의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대조되는 메시지로, 특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우호적인 이미지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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