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쪽 법안' 심의에 밤새우는 의원들…트럼프는 '욕설' 터졌다
트럼프 주요 공약 포괄한 '메가법안' 통과 앞두고 워싱턴 정가 시끌
트럼프, 공화당 내 이견에 "배신이냐" 협박…'채권 자경단' 반응 관건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새벽 1시에 회의를 소집한다면 최소한 정시에 나타나라."
21일 오전 1시 5분(현지시간) 미국 하원의 규칙위원회(Committee On Rules). 민주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구상인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을 살펴보기 위해 긴급 소집된 회의에 지각한 공화당 의원들을 두고 한 말이다. 규칙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이 참조하라며 절반 정도 의석이 빈 회의장 모습을 담은 사진도 올렸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의회는 트럼프의 핵심 선거 공약들을 담고 있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마가) 만들 초대형 예산법안(메가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례 없는 성격과 규모의 법안이다보니 이야깃거리도 많다. 법안 이름부터가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으로 특이하다. 백악관은 이 법안을 "한 세대에 한 번 올 기회"(a Once-in-a-Generation Chance)라고 선전하고 있다.
트럼프의 메가법안은 1116쪽에 달해 분량부터 비범하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이번 법안을 단순히 감세라고 표현하는 것은 타이타닉을 배(boat)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법안은 미국인의 거의 모든 생활에 영향을 줄 내용으로 가득하다. 헬스케어부터 빈곤층 의료보장 메디케이드, 조선업 부흥, 미 본토 미사일방어(골든돔), 남부 국경 장벽 건설, 대학 기부금 과세, 청정에너지 정책 폐기, 레스토랑 팁 면세까지 망라한, 그야말로 마가 정책의 지뢰밭이다.
트럼프가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1116쪽에 달하는 방대한 법안을 심의하는 하원 예산위원회는 이를 3976쪽의 더 방대한 보고서로 만들어 살펴보고 있다. 파일 크기 제한으로 인해 첨부된 PDF 파일 문서만 9개에 달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새벽 1시 긴급회의까지 열면서 밤낮없이 메가법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법안이 거대하다보니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단일대오를 꾸리기 힘들다. 이에 트럼프는 공화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욕설을 섞어가며 당장 다음주 월요일 26일 메모리얼데이(현충일) 휴회 전에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절대 배신"이 될 것이라고 협박도 했다.
상원까지 무사 통과해 7월 4일 독립기념일 폭죽 행사를 법안에 서명하는 기념행사로 선전하고 싶어하는 트럼프의 공격적 시간표를 의원들이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메가법안이 혼란스러운 관세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며 가뜩이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훼손된 미국 자산의 신뢰를 뒤흔들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넓은 유동성의 바다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 순간 힘을 모아 막대한 변동성 파고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과 뉴욕 증시 급락은 전세계 투자심리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 의회와 금융 시장에 벌어지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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