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상호관세 못 피한다"…트럼프, EU에 일방적 관세철폐 압박
"너희만 관세 깎으면 되는데 왜 우리도 깎으라 해?" 미국 부글부글
관세 유예 기간 속 진전없는 협상…양측 입장차 여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철폐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EU가 관세 철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20% 상호관세를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EU 측 협상 대표인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 안보 담당 집행위원에게 "당신들의 설명서는 미국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미국에 일방적인 관세 인하를 약속한 일부 국가들과 달리 EU가 "함께 낮추자"며 상호 관세 인하를 제안한 점이 미국 측의 가장 큰 불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공산품과 일부 농산물에 대한 상호 관세를 철폐하자는 EU 측의 제안이 결국 EU에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EU가 엄격한 제품 표준이라는 비관세 장벽을 세워 미국산 제품의 시장 진입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미국은 10%의 기본 관세를 타협이 불가능한 하한선으로 삼고 있는 반면, EU는 기본 관세 또한 협상 대상으로 보는 등 양측의 시각차가 크다.
아울러 미국은 애플·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EU의 규제 강화 움직임과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과세의 한 형태"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세는 철폐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요구다.
EU가 디지털세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것도 미국 측의 불만이라고 FT는 짚었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차가 커 내달 파리에서 열릴 그리어와 셰프초비치의 협상이 '대서양 무역분쟁'이 봉합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는 90일간의 관세 유예 기간 협상 문서를 교환했지만 실질적인 내용에서는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FT에 "문서 교환은 진정한 진전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럽은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은 양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빈 베이앙 EU 무역·경제안보국 사무국장은 미국이 요구한 △표준의 상호 인정 △식품 및 동물 교역 절차 간소화 △국제 노동권 및 환경보호기준 준수 방안 등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수정된 무역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노동권과 환경 기준, 경제 안보 등 미국 측 관심사를 반영하고,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해 양측 모두 점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제안에는 에너지와 인공지능(AI), 디지털 인프라 협력과 함께 미국산 바닷가재에 대한 무관세 조처 연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EU 회원국 가운데 다수는 미국이 10% 기본관세를 고수할 경우 강력한 보복에 나서자는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서로 보복 관세를 주고받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EU는 협상 중 230억 유로(약 36조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했으며, 협상 불발을 전제로 보잉 항공기와 버번위스키 등 950억 유로(약 148조 원)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 준비에 착수했다.
올로프 길 EU 무역 담당 대변인은 "EU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과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양측은 현재 관세 상황을 해결하고 상호 관심사인 주요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조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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