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밈코인 구매자들 만난 트럼프…"대통령직 돈벌이 선 넘어"
트럼프 골프클럽서 상위 보유자 220명과 비공개 식사…상위 25명 보유액 1900억원
이해충돌 및 윤리적 논란 재가열…백악관 "대통령 자산 백지신탁" 해명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대로 '트럼프 밈코인'($트럼프) 구매자들과 만찬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트럼프 밈코인 보유자 상위 220명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4월 23일부터 5월 12일까지 트럼프 밈코 보유량을 기준으로 선정됐으며, 가상자산 플랫폼 트론 창립자인 저스틴 선, 전 NBA 농구 선수인 라마 오덤 등이 포함됐다.
상위 25명이 보유한 트럼프 밈코인 규모는 총 1억 4000만 달러(약 1930억 원)에 달하며 최대 보유자인 저스틴 선이 보유한 트럼프 밈코인은 2100만 달러(약 29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내에서도 상위 25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극소수만 초청된 VIP 리셉션'(ultraexclusive private VIP reception)에 따로 초청받았다.
이번 만찬으로 트럼프 밈코인을 둘러싼 윤리적 논란은 다시 한번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밈코인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대통령들이 선거운동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비공개 만찬을 갖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자금은 법적 규제를 받으며 기부자는 기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밈코인의 경우 종종 익명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워싱턴포스트(WP)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밈코인 상위 보유자 중 28개는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한 '고스트 지갑'이다.
또한 트럼프 관련 기업들은 지난 1월 트럼프 밈코인 출시 후 판매를 통해 3억 12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벌었고, 수수료 수입은 총 4300만 달러(약 590억 원)에 달했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만찬 이벤트 발표 후 벌어들인 수수료만 약 300만 달러(약 41억 원)에 이르렀다.
이에 WP는 이번 만찬에 대해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는 '윤리적 금기'를 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날 만찬이 열리는 골프클럽 밖에서도 약 100명의 시위대가 모여 '부끄럽다', 미국은 팔 수 없다' 등의 팻말을 들고 만찬에 항의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이 그의 아들들이 관리하는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백지신탁)에 있기에 이번 만찬은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만찬이 아니고 대통령이 개인 시간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 참석자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윤리 전문가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대통령직을 통해 재정적 이득을 얻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돈 폭스 미국 정부윤리국 전 법률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던 방식으로 대통령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버지니아 캔터는 "그(트럼프)는 사실상 언제나 공적 역할을 수행 중인 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플로리다 팜비치나 델라웨어 리호보스 비치 등으로 가는 경비도 납세자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그의 가족 기업이 직접 이익을 얻는 사적 행사에 '마린 원'(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을 타고 가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암호화폐 등을 통해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사적 이익을 챙길 수 없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맥신 워터스 의원은 전날 대통령, 부통령, 의원 및 그 직계 가족이 디지털 자산을 일정 비율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워터스 의원은 "트럼프의 법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경시하는 행태는 대통령직을 이용해 실체도 없는 수상한 암호화폐 사업을 홍보하며 사익을 챙기려는 모습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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