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약품 소실을 줄이고 품질을 굉장히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29일 오후 찾아간 충남 천안 종근당 스마트 생산 공장은 제품의 개발과 품질관리 전반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다.

실제 공장에선 10초에 한 번씩 생산 설비의 온도와 압력 등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AI에 학습시키는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통합 가상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변형원 종근당 생산본부장은 메타버스 스크린을 통해 종근당 공장의 전체 실물과 현재 위치, 공정 현황 등을 설명했다. 3D 모델링 기술로 재현된 메타버스 공장은 기자의 눈 앞에 펼쳐진 시설과 똑같이 구성됐다.

종근당은 지난해까지 이러한 메타버스 팩토리와 AI 지능형 감시 시스템 등의 AI 인프라를 마련했으며 특히 올해부터 내년까지 AI 기술의 활용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다.

변형원 본부장은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연구소에서도 볼 수 있으며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지금은 단계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일일이 품질 파라미터(매개 변수)를 잡아가야 하는데 앞으로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 원격 시뮬레이션 몇 번만으로 이 과정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단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공정 변수를 최적화하고 품질을 예측해 의약품의 제조 품질 혁신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본부장은 "최종적으로는 AI 자율 공장을 만들어 안정된 품질값이 나올 수 있게 하고 글로벌 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을 둘러본 오유경 식약처장은 "AI 기술로 실시간 품질관리가 이뤄지고 상용화될 경우에 제품 소실량이 줄어 확실히 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식약처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및 종근당·유한양행·대웅제약·한미약품 등 12개 제약사가 참석해 의약품 개발·품질관리 분야의 AI 적용 현황, AI 활용 의약품 허가심사 기준 등 규제지원 방안 및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김윤미 국전에프앤디 이사는 'AI 기반 의약품 품질 자료 검증 시스템'을 주제로 방대한 허가자료를 규정에 맞게 검토·분석해 인적오류를 최소화하고 신뢰성을 높이는 시스템 구축 사례를 공유했다.

오유경 처장은 "AI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신약 개발 후보부터 안전 관리까지 곳곳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가 발목을 잡기보다 AI에 기반한 제약 산업이 달려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현장에 오게 됐다"고 했다.

간담회에서 제약업계는 AI 도입과 활용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AI로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AI 기술을 의약품 공정 시스템뿐 아니라 임상 등에 도입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에 규제 기관이 앞장서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질병관리청이 진행하는 국가바이오 빅데이터 사업과 연계해 혁신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단백체·전사체 등 대규모의 멀티 오믹스 데이터를 AI로 구축해 연구나 산업 목적으로 제공해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 처장은 "오늘 제안해 주신 의견을 바탕으로 AI 기술이 제약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AI 기술 적용 과정에서의 규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이 신속히 개발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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