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한미동맹' 현지 협력 확대[트럼프2.0 바이오 新전략은]②
원료의약품 공급 후 현지 CMO서 완제의약품 생산
트럼프 행정부 바이오시밀러 활용 장려…의료비 절감 도움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을 포함한 관세 전쟁을 예고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과 바이오시밀러 공급 등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발을 맞추면서 제약바이오 분야를 통해 한미동맹이 더 돈독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콘퍼런스에서 조만간 미국 외에서 생산된 반도체, 철강 등을 비롯해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이나 관세를 내고 싶지 않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미국발 관세전쟁을 관망하면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주로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미국에 진출해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안을 발표한 바 없으며, 실제 시행 여부는 추가적인 검토와 정책적 관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미 단기, 중기, 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단기적 대응으로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최소 2025년 3분기까지 추가 수입 없이도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뒀다.
조기 소진이 예상되는 제품은 미국 현지 위탁생산(CMO) 기업 등을 통해 반입이 완료된 원료의약품(DS)을 활용해 완제의약품(DP)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기적으로 의약품 관세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DP보다 부담이 낮은 DS 수출에 집중하고, 현지 CMO 등에서 DP를 생산할 방침이다. 현지 기업과 협력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기지 인수와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곳곳에서 다양한 CMO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시 미국을 대상으로 한 생산과 공급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팜테코는 현지에 미국 앰팩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CBM을 인수한 바 있다. 미국 내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해 CBM에 3억 5000만 달러(약 4200억 원)를 투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 가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보스턴에 세일즈 오피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미국 내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의약품 관세 부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료비 절감 정책과 배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들 의약품 사용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변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내 의료비 지출 규모는 지난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6%에 이를 만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약값 인하를 위한 미국 우선' 행정명령을 비롯해 '미국 환자 우선' 계획 등을 시행했다. 해당 정책은 경쟁 강화와 표시 가격 인하 등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과거 1기 당시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의료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추진한 처방 의약품 비용 통제 방안도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우호 정책으로 분류된다. 제약사들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에 리베이트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의약품 비용 통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보건부(HHS)는 PBM에 대한 과도한 리베이트로 의약품 가격이 지속 증가하고 있으면서 이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저가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저해한다면서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촉진할 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등은 미국 의료비뿐만 아니라 의료재정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가 2017년과 2018년 고가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 등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해 연 약 4700억 원의 의료 재정을 절감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미 미국 현지에 다수 진출해 있으며 현재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 등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의약품 공급망 등과 관련해 경제와 보건 안보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더 굳건해진 것처럼 이번 2기 행정부에서도 제약바이오산업이 새로운 한미동맹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만이 미국과 협력해 바이오 CMO 기업 TBMC를 구축하는 것과 관련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미국 기업 간 협업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만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를 보유한 나라다.
TBMC는 대만 정부와 미국 바이오의약품 제조회사 내셔널 리질리언스의 합작 투자회사다. 대만 최초의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이 될 전망이다.
장 여우시엔 TBMC 대표이사는 "CDMO는 빠르고, 우수하고, 저렴하고, 유연해야 돈을 벌 수 있다"면서 "의약품 파운드리 모델은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초기 주베이 공장은 유연한 생산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이 추진되면서 많은 미국 기업이 TBMC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만에 공장이나 실험실을 건설하는 비용이 미국에 건설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자본투자가 적게 들고 공장 건설 속도가 빠르다"며 "대만은 빠르고 우수하며 비용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고 이는 바이오의약품 파운드리의 중요한 이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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