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종식…주가 상승 파죽지세
사봉관 한미사이언스·남병호 한미약품 형제 측 사외이사 사임
한미약품 주가 5거래일 상승…경영권 안정·실적 개선·R&D 기대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128940)그룹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오너가 형제 측(임종윤·종훈) 사내이사가 사임하면서 대주주 4인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사모펀드 라데팡스 파트너스)이 경영권을 장악했다. 앞서 4인 연합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사봉관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전날 자진사임했다. 같은 날 한미약품도 남병호 사외이사 역시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사임했다.
자진사임한 두 명의 사외이사는 경영권 분쟁 시 형제 측 인사로 구분된 사외이사다. 이번 자진사임으로 형제 측과 4인 연합 측이 5대 5 동수를 이뤘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균형이 4인 연합 우세로 기울었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형제 측 이사 4명 3인 연합 측 7명으로 4인 연합 측이 우세했다. 형제 측 사외이사 사임으로 그룹 내 핵심사업회사 한미약품 경영권은 더 단단해질 전망이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초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자 형제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3월에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이사회 과반을 차지했다. 통합은 무산됐다.
이후 5월 형제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업무상 배임 혐의 고소 등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형제 측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장악하고 있었고, 4인 연합 측은 핵심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을 확보하고 있었다.
11월에는 4인 연합 측 요구로 임시 주총이 개최돼 표 대결을 통해 신동국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입성했다. 12월 형제 측의 요구로 개최된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는 4인 연합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이후 4인 연합은 12월 임종윤 사장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5%를 매입하면서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해 우호 지분 54.42%를 확보했다. 형제 측 우호 지분율은 21.86%다. 주식 거래 계약과 함께 경영권 분쟁 종식,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전문경영인 중심 지속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 등 합의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식과 한미약품그룹 경영 정상화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첫 번째 발걸음"이라며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와 관련한 후속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최근 5거래일 연속 올랐다. 경영권 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23만 4000원으로 거래가 마무리된 한미약품 주가는 다음날인 4일 23만 8000원으로 상승한 후 5거래일 연속 올랐다. 11일 한미약품 주식 종가는 26만 4500원이다. 3일 주가 대비 13.03% 상승했다.
대주주 4인 연합은 독일 머크를 모범 사례로 회사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머크는 독일에서 약방으로 시작해 글로벌 탑5 제약사에 이름을 올린 회사 중 하나다.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두 개 위원회를 운영해 머크 가문 일원과 외부 전문가가 협력해 최고경영진 등을 선임한다.
선임된 전문경영인은 독자경영을 추진할 수 있다. 대주주들은 감독 기능을 한다. 머크는 지난 1920년대부터 오너일가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이사회를 통해 회사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대주주 4인 연합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빠르게 경영권 안정에 나서는 만큼 올해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 1조 4995억 원, 영업이익 1435억 원이다. 매출은 최대 규모를 경신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한미약품은 작년 한 해 매출 100억 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제품 20종을 배출하며 국내 제약사 최다 기록을 유지했다. 자체 개발 제품을 통해 얻은 수익을 신약 개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경쟁력 높은 신제품을 지속해서 발매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효능을 확인하고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BH3120'의 임상 연구가 순항하는 등 파이프라인 개발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단장증후군 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연구 중이다. 또 GC녹십자와 협력해 파브리병 신약 후보물질 'LA-GLA'(프로젝트명 HM15421·GC1134A) 임상 1/2상시험계획을 승인받는 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선아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력 파이프라인의 학회 발표 등이 대기 중이고, MSD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에 대해 언급하는 등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 중"이라면서 "올해는 R&D 이벤트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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