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암세포 키운다?…호르몬 아닌 '이것' 때문이었다
지방산 분해, 에너지를 만드는 '지방산산화'가 요인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 연구팀 "세계 최초로 입증"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방산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인 '지방산산화 대사'가 고지방 식단으로 인한 비만인의 암세포를 키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김수열 국립암센터 박사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테라노스틱스' 5월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만으로 인한 암세포 성장은 염증성 호르몬의 간접적 영향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구팀은 암세포가 직접적으로 지방산산화를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인 ATP를 생산하고, 이에 따라 암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지방산산화란 탄수화물이 부족할 때 지방산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작용이다.
연구팀은 췌장암에 걸린 실험 쥐에게 23주간 고지방 식이를 제공했다.
그 결과, 동일한 열량을 탄수화물로 제공받은 쥐에 비해 체중은 2배 증가하며, 종양 크기도 2배 이상 커졌다.
이때 지방산산화를 유도하는 핵심 유전자인 SLC25A20을 유전적으로 억제했을 때, 고지방 식이를 제공받은 실험쥐의 암세포 성장이 정상 식이를 한 쥐와 유사한 수준으로 억제됐다.
일부에서는 종양 성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고탄수화물 식이가 고지방 식이에 비해 암세포 성장을 최대 80%까지 억제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팀은 "SLC25A20은 암세포에 지방을 공급하는 핵심 통로로, 이를 차단하면 암이 에너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며 새로운 항암 치료법의 최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는 김 박사 연구팀이 이를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센터 등이 SLC25A20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항암 신약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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