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병원 의정갈등에 역대급 적자 예상…"체질개선 필요"
당기순손실, 전남대병원 1000억 추산…경상대병원 450억
기존대로 운영 안돼…구조전환 등으로 변화·효율화 기대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 각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아야 할 국립대학교병원이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해 지난해 심각한 경영 손실을 본 모양새다.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의 지난해 상반기 손실액이 4127억 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일부 병원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000억 원대로 전해졌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 국립대병원은 지난해 수입 지출 현황 등을 정리 중인데 전남대병원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광주 본원과 빛고을전남대병원, 화순 분원을 합산해 359억원 규모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같은 기간 12억 원의 흑자를 거둔 데 비해 371억 원 손해를 보게 된 전남대병원은 전국 10개 국립대병원 중 가장 큰 손익 감소율(3128%)을 찍었다. 연 1000억 원대 적자가 공식 확인될 경우, 이는 전남대병원 개원 이래 최대 적자다.
경상국립대병원도 지난해 의정갈등에 따른 의료사태 10개월간 450억 원의 누적 손실액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갈등 직전 1~2월 평균 의료수익은 282억 원을 기록했으나, 3~12월 수익은 237억 원으로 월 평균 수익이 45억 원 감소했다.
특히 의정갈등 장기화와 인력 감축에 따른 환자 진료 건수 감소 등 각 국립대병원의 경영 사정은 현 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미 사업을 재정비하고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도 권하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섰던 병원들에 남은 방법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당장 병원에 몸담던 교수들 일부가 업무 부담 및 회의감에 그만두고, 2차 병원 또는 개원가로 옮기는가 하면 주 80시간 이상의 업무를 이어가는 교수들의 과로 등 병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손실액은 4127억 원으로 2023년 상반기 손실액 1612억 원보다 2515억 원(155%) 증가했다.
아울러 백 의원이 각 국립대병원의 건의 사항을 취합한 결과 병원들은 정부에 신속한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자본잠식상태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강원대병원은 현 위기가 계속될 경우, 국립대병원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도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국립대병원들뿐만 아니라, 사립대병원들도 경영난을 호소한 데 따라 보건복지부는 전년 동월 건강보험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수련병원 선지급'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병원들이 받은 만큼 돌려주도록 설계됐다. 경영난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정산은 더딜 수밖에 없다. 병원들은 기존 방식과 다르게 경영 방향을 정해, 하루속히 체질 개선에 나서게 됐다. 정부가 국립대병원만의 지원책을 제공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노홍인 대한병원협회(병협) 상근부회장은 "선지급,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따른 수가 보상 강화로 병원들의 적자가 일부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국립대병원도 있고 이들만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소개했다.
노홍인 부회장은 "정부가 의료개혁 과제로서 '구조 전환 시범 사업'을 마련, 상급종합병원에 중증 고난도 환자 진료를 유도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의 핵심인 의정갈등이 해결돼야 지역 국립대병원도 체질을 개선할 수 있어 보인다"고 첨언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을 지낸 병협의 한국병원정책연구원 박종훈 원장은 국립대병원들에도 특단의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직 전공의들이 현장에 돌아오더라도, 기존 같은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박 연구원장은 "국립대병원만의 지원책은 없다. 기관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며 중증 고난도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수술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응급실 수용 환자도 그 병원의 수용 가능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과감히 감축해야 할 것은 감축해야 할 만큼,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전공의 복귀 여부를 떠나 단시간 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국립대병원 구성원들이 경영난을 함께 극복하려는 의지도 드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ksj@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