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 새역사"…서울아산병원, 세계 첫 간이식 9000례
단일 의료기관 세계 최초…이승규 교수 개발 수술법, 세계 표준
몽골·베트남에 간이식 전수…美미네소타대학병원과도 협력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서울아산병원이 간이식 9000례를 넘기며 세계 의료사에 대기록을 남겼다. 단일 의료기관 기준으로는 세계 최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지난달 30일 43세 여성 윤 모 씨에게 20세 조카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누적 간이식 9000례를 달성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1992년 8월 첫 뇌사자 간이식을 시작한 이후 32년 8개월 만이다.
특히 이날은 서울아산병원 역사에 남을 하루였다. 오전 8시, 간이식 수술방 4곳이 동시에 열렸고 생체 간이식 2건이 나란히 진행됐다. 8999번째와 9000번째 간이식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집도된 것이다.
이날 수술은 모두 조카가 각각 이모와 고모에게 건강한 간을 기증한 사례였다. 11시간 넘게 이어진 수술 끝에 환자들의 회색빛 간에는 붉은 혈류가 돌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총 7502건의 생체 간이식과 1498건의 뇌사자 간이식을 시행했다. 전체 간이식의 85%가 생체 간이식이다. 뇌사자 간이식보다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합병증 위험이 높지만 서울아산병원의 생체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에 달한다.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등 선진국 주요 병원의 1년 생존율(평균 92%)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번 9000번째 간이식 역시 고난도의 수술이었다.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달라 거부반응 위험이 컸지만 병원은 항체 형성 억제제와 혈장교환술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현재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만 1126례가 이뤄졌고 적합 간이식과 대등한 결과를 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간이식 선두주자로 꼽히는 데는 '수술법 혁신'도 한몫했다.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지난 1998년 개발한 '변형우엽 간이식'은 세계 간이식계의 표준 수술법이 됐고 2000년 고안한 '2대 1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 2인의 간을 나눠 하나의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기증자와 수혜자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혔다. 현재까지 650명 이상이 이 수술법으로 새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기술력은 세계 각국에 전수됐다. 2011년부터 몽골과 베트남에 생체 간이식을 전수한 결과, 현지 병원들이 독자적으로 수술을 집도할 수 있게 됐으며 몽골은 올해 생체 간이식 300례를 달성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도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기술에 주목해 2015년부터 협력을 요청, 전수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석좌교수는 "9000례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환자 덕분"이라며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뿐만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내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장기이식센터 등 모든 의료진이 한마음으로 협업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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