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밀착도 흔드는 美 외교 재편…인태 전략도 수정 불가피
바이든식 한미일 밀착, 트럼프 행정부는 '큰 관심' 없다
'한국의 영역' 보장한다지만…안보 위협 요인 오히려 증가 우려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트럼프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통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가 한국의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한미일 3자 협력의 지속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3자 간 밀착을 트럼프 행정부가 '부정'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콜비 후보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서 "한미일 3자 연대가 어떤 면에선 고무적이지만 지난 6개월에서 8개월 동안 한국의 정치 동향을 살펴보면 이것이 지속될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상 외교 공백 상황이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미일 3자 협력의 공고화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 발표로 인한 한일관계 개선이 선행됐기에 가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중국 견제에 활용했는데, 한미일과 같은 소규모 다자협력체를 여러 개 만들고 이들 간의 협력을 추진해 중국에 대한 대항력을 높인다는 것이 전략의 골자였다. 궁극적으로는 인도를 중심으로 태평양 주변 국가를 잇는 안보 연합을 만들겠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한국의 정치 상황을 콕 짚은 콜비 후보자의 발언은 한미일 3각 협력의 기조나 방식에 가시적인 변화를 주고, 이와 연관된 인태 전략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하겠다는 구상이 엿보이는 것이다.
또한 3각 밀착은 한일관계를 빠르게 개선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는데, 현재와 같은 기조라면 한일관계도 다시 거리가 생길 수 있다. 한국의 정상 외교가 회복되면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3각 밀착 때 대립했던 러시아와 밀착하는 미국의 행보로 봤을 때 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는 자명해 보인다.
한국은 그간 북핵·미사일,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하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한미일 3각 밀착의 중점을 뒀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은 인태 전략을 추구하는 미일 양국과는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이긴 했다. 다만 미일은 '밀착이 더 중요하다'라는 관점 하에 한국에 중국 견제에 더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하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중국 견제 동참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시작한 상황에서 정권 초기 '기선제압'을 위해 '동맹의 기여'를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콜비 후보자는 지난 2021년 자신의 저서 '거부 전략'에서 "미국의 국익의 주된 위협은 중국"이라며 중국의 패권을 막기 위한 위험과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일치한다.
콜비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비전은 한국과 같이 유능하고 의욕적인 동맹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전작권 전환에 지지 의사를 피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줄곧 '한국의 자주국방을 달성해 북한에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거나 '주한미군을 대북 대응만이 아닌 중국 견제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한국의 입장에선 안보 위협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콜비 후보자는 한미일 협력을 중국 견제용으로 활용한다는 인식을 보여 왔다"라며 "한국과는 큰 인식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많은 과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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