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개시 전 징계 처분, 법률-훈령 모순에도 개정 느리다
군 사건사고 처리 때 훈령이 법률보다 적용 범위 협소한 경우 허다
국방부 "상반기 내 모순된 훈령 개정할 것"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군 내 사건사고 관련자 징계에 근거가 되는 훈령과 그 상위법에 해당하는 군인사법 조항에 서로 모순된 내용이 오래전에 발견됐음에도 국방부의 개정 움직임이 느리다는 지적이 19일 제기된다.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 때도 상위법인 군사법원법 개정안과 국방부의 수사 절차 훈령이 서로 모순돼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2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뉴스1>의 취재에 따르면 군인사법 제59조에는 군 당국이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날부터 징계 의결 등의 요구나 그 밖의 징계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무상 규칙에 해당하는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에는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 통보가 있을 경우, 군 당국이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날부터 징계 의결의 요구 및 그 밖의 징계 절차를 진행해선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법에 해당하는 훈령은 상위법인 법률을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현행 군 징계 규정은 상위법이 인정하는 선택지를 훈령이 인정하지 않고 있어 훈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군법과 훈령 간 모순이 지적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7월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사망한 해병대원 사건 수사의 외압 논란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군사법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군인의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주체는 경찰이었지만, 국방부 수사 절차 훈령에선 군이 피의자 신상, 범죄 사실 등이 명시된 인지 통보서를 미리 작성 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해 구조적으로 군이 초기 수사 주체가 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상위법인 법률과 실무·행정 규칙에 해당하는 훈령이 충돌할 경우 일선 현장에선 법 적용 대상 및 그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밖에 없어 법 절차 진행이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은 "군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통상 훈령을 기준으로 징계 사무 편람 및 규칙을 만들기 때문에 상위법과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라고 진단했다.
국방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문제가 되는 훈령을 파악하고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군은 상반기 내로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2023년 해병대원 사망 사건 때 한 차례 대대적인 법 정비 필요성이 대두됐던 점, 군법과 훈령의 모순으로 인해 일선에서 개정 목소리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군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위법과 훈령이 충돌하면서 실무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초동 대처가 중요한 성폭력 사건 등의 처리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매우 크다"며 "국방부는 조속히 법령을 정비해 불필요한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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