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종전 협상서 北 대변할까…'대북제재 완화' 요구 제기 우려
전문가 "트럼프가 한국과 소통 없이 '수락' 가능성 있어"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한 이유가 종전 협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1일 제기된다. 러시아가 종전 협상 과정에서 국제법상 참전 당사국이 된 북한이 원하는 '선물'을 미국에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러의 파병 인정은 지난 2월 개시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간 종전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러시아에 추가 경제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푸틴 대통령은 급하지 않은 모양새다. 양측의 협상 카드가 잘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그간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인정할 경우 불거질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는데, 파병 6개월 만에 북러 모두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그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북러의 파병 인정이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적 판단에는 파병 인정을 통해 종전 협상에 변수를 주려는 의도가 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참전국이기 때문에 종전 협상에 따른 이득을 봐야 한다는 북러 간의 소통이 있었을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가 북한을 대변해 종전 협상에서 미국에게 대북제재 해제 혹은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북한에 참전의 반대급부를 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미대화 전개의 기회를 준다는 구상을 했을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과 조치가 제재 해제 혹은 완화의 선행조건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넌센스'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러나 외교 치적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강하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의 정책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전격 수용할 수도 있다. 외교부 내에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사전 조율 없이 덥석 러시아의 제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첫 정상회담 뒤, 한국과의 충분한 조율 없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결정한 '전력'이 있다. 또 국제사회가 규탄 대상으로 삼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단거리는 괜찮다'는 스탠스를 취해 한미의 공동 대응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 회의와 전문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이 논의가 우크라전 종전 협상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인사청문회 때 '제재가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라며 새로운 접근을 시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우려되는 시나리오"라며 "러시아의 제안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실제 조치는 하지 않더라도 대북제재의 일부 해제를 약속할 가능성은 있다"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는 "다만 트럼프는 손해 보는 것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북한에게도 무엇이든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해야 제재 해제 혹은 완화라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tiger@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