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쟁에 밀린 한국 외교, 신뢰 회복 멀었다
한덕수·최상목 연이어 사퇴…한 달 남은 대선 국면은 요동
외교 없는 "국익" 외침은 공허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탄핵 정국이 끝나면 한국 외교의 회복력은 '우상향'할 것으로 믿었다.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대부분 전문가들의 생각이 그랬다. '최종 결정'의 창구가 명확해지고, 한국의 정치적 안정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그런데 최근 외교관들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한다. 취재에 응하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외교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뜻이다.
국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외교 안정화에 불씨를 지피는 듯하더니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정 운영에서 손을 뗐다.
한 전 총리의 자리를 대신할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사퇴로 답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예정이며 미국과의 2+2 통상 협의의 공동 대표인 최 전 부총리의 탄핵 시도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쟁의 결과는 외교를 이끌 '사령탑'의 부재다. 국가안보실은 이미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외교부가 거의 대부분의 외교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탓을 하고 있으니 책임감을 느낄 주체가 있을 리 없다. '초당적'이라는 말은 이제 박물관 지하 창고에서 먼지가 쌓인 유물과 비슷한 듯하다.
이 상태면 미국과의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 합의는 어려울 것이다. 합의가 미뤄지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에 더 시간을 줄 수 없는 미국의 일방적 공격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대통령 선거 정국도 혼탁하다. 정치적 힘이 없는 외교는 수사일 뿐인데, 이 상태면 차기 정부가 출범해도 6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식,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북러 밀착에 따른 안보 위협 등을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내 정치에서 승리한다고 외교 무대에서 신뢰를 얻진 않는다. 외교에서의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냉철하고 계산적인 전략이 있어야 얻는 것이다. 외교에서의 '지금'은,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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