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전쟁' 농산물로 확전 우려…K-푸드 수출 꺾일까 전전긍긍
가공식품까지 관세 확대시 라면 등 타격…1위 수출시장 불확실성↑
농식품부, TF 발족해 관세 대응…"업계 애로사항 파악해 신속 대응"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외국산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우리 농산물 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 간 교역품목 대부분에 관세가 철폐됐지만, 일부 미국산 농산물에는 관세가 남아있어 이를 빌미로 우리 농산물에도 상호관세 등 추가 관세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농산물을 시작으로 가공식품에까지 관세가 확대되면 김치·라면 등 최근 급성장한 K-푸드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식품업계도 관세 전쟁 확산으로 K-푸드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실적이 꺾일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12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4월 2일부터 외국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 2일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발효를 예고한 날이다. 이를 고려할 때 미국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농산물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관세란 특정 국가가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그 나라 수입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농산물에까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것은 올해 미국 농업 부문 무역 적자가 490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이라는 농무부 전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까지 어떤 농산물이 관세 영향을 받을지, 예외 품목이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국내 업계에서는 먼저 미국이 자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한미 간 대부분 품목의 관세가 철폐됐으나,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배(15.7%), 포도(10.5%), 감귤(19.2%) 소고기(5.3%) 등 일부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는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농축산물에 대해서도 관세 철폐를 요구하거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을 늘릴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소고기 수출국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은 22억 4289만 달러(약 3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전문가들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한 대응을 꾸준히 제언해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트럼프 2기 정부의 농업 부문 정책 변화 전망과 우리 농업의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돼지고기, 소고기, 옥수수, 대두, 치즈 등 우리에게 수입 확대나 수입선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품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입선 변경으로 현재 수입 상대국과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소고기, 과일류 등의 검역 문제도 있다. 정부는 시나리오별 세부적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외국산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식품업계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5억 8800만 달러(약 2조 3000억 원)로, 전년(13억1000만 달러) 대비 21.3% 늘어 수출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관세 부과 시엔 현지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출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라면·과자류 등 가공식품이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한 K-푸드 수출을 견인한 점을 볼 때, 관세 규제가 신선 품목에서 가공식품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푸드 대표주자인 라면의 경우 지난해 대미 가공식품 수출 1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국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실행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은 "먹거리에 대한 관세는 (미국 내) 물가 인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만약 관세 규제 시 국내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영세 농업인이나 식품업계에 타격이 크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앞서 지난해 11월 '농식품분야 대응 TF'를 발족해 관세 정책에 맞서 대응 중이다. 국제협력관을 단장으로 꾸려진 TF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농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계, 식품업계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업계 애로사항을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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