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가를 '운명의 보고서' 보니…"미국차 한국진출 핵심과제"
트럼프가 지적한 '비관세장벽' 분석 美보고서…3월 업데이트 예정
2024년엔 韓 '자동차 배출가스·망 사용료·쇠고기 수입제한' 지적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미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여전히 미국 정부의 핵심 우선순위(Key priority)다
4월 예고된 트럼프발(發) 역대급 관세 규제인 '상호 관세'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2024년 판에 담긴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자동차부터 농식품, 정보기술(IT)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운용 중인 규제·정책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보고서는 3월 발간 예정으로 지난해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미국 정부는 이를 토대로 관세 압박을 가해 올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관세 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관세를 무역 상대국에 부과하겠다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한 상태여서 서로 관세 수준을 맞추는 상호관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660억 달러(약 96조원)로 세계 9위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발 상호 관세에 대해 사실상 기준이 없는 무차별 규제인 만큼, 규제 발효까지 한 달여 남은 시간 미국의 의중을 파악해 대미 협상에 나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USTR의 보고서에는 미국 경제계의 불만 사항이 폭넓게 담기는 만큼 미국의 요구를 가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서강대 세계 무역연구소장)는 "미국에서 (상호관세 적용을) 4월로 시간 둔 것은 미국 입장에서 적자가 나는 부문에서 기업 우려 사항을 시정해달라고 시간을 주는 것일 수 있다"며 "(정부의 제도 검토, 여야정 협의체의 논의로) 제도 개선을 통해 대미 통상 문제에 대응하면서도 한국 경제를 선진화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NTE 보고서는 미국 상무부와 농무부, 기타 정부 기관, 대사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요 비관세 장벽을 국가별로 정리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대통령, 상·하원에 제출돼 통상 정책에 활용된다.
미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출은 NTE 보고서에서 핵심 우선순위라고 언급할 정도로 미국 정부의 꾸준한 관심사다. 한국무역협회 미주본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347억 달러인 데 비해 수입은 21억 달러에 불과했다.
여러 차례 한국과의 자동차 무역에 불만을 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13일에도 "자동차 관세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자동차 인증과 같은 관세 이외의 무역장벽도 대응하겠다"고 했다.
2024년 NTE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의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를 문제 삼았다. 부품을 크게 변경할 경우에는 인증을 받아야 하고 미미한 변경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이다.
보고서에서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어떤 개조가 어떤 범주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제조업체들은 규제를 위반할 경우 한국 당국에 의해 형사 기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한국 국립환경과학원이 한국으로 수입되는 신차를 무작위로 선정해 실시한 환경부의 검증 시험 절차도 제품 출시 지연 요인으로 짚었다.
정보 기술(IT) 분야에서 USTR은 △스트리밍·OTT 규제 적용 시도 △망 사용료 △위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클라우드 보안 보증 프로그램(CSAP) 제도 △공공기관 납품 장비의 암호화 인증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해 보고서에 언급은 없지만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에서 도입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대해서도 용납 불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농식품 분야도 각국이 식량 주권 확보, 국민 안전, 생태계 보전 등의 이유로 규제를 두고 있어 비관세 장벽 시비가 자주 일어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22년 추산에 따르면 비관세 조치로 여겨질 수 있는 규제가 가장 많은 주무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로 전체 비관세 조치의 37.9%를 차지한다. 비관세 조치는 비관세 장벽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다. 비관세 조치 중에 특정 국가 입장에서는 장벽으로 여겨지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은 광우병으로 알려진 '소해면상뇌증'(BSE) 우려에 따른 수입 제한을 지적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후 현재까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30개월 제한은) 과도기적 조치로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유지됐다. 또한 다진 쇠고기 패티, 쇠고기 육포, 소시지를 포함한 가공 쇠고기 제품 수입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라고 했다.
아울러 USTR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 규제가 5개 기관에 나눠서 관리되고 있어 과도하게 데이터를 요구한다고 봤다.
LMO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적용해 특정 성분 함량이나 생산성을 높이거나 특정 농약에 내성을 가지는 등 원하는 특성을 부여한 것이다. 예를 들어 농약 제조사는 자사의 제초제, 살충제와 이에 내성을 가진 종자를 패키지로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의 LMO 규제가 완화되면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진출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USTR은 △반려동물 사료 수입 요건 완화 △블루베리·체리·사과·배 등 시장 개방 확대 △농약 허용 물질·잔류기준 설정 문제 △의약품 가격 과소 책정, 정책 투명성 부족 △지식재산권 △법률 서비스 합작 법인 해외 지분 규제 △높은 수준의 화학 제품 관리 규제 △포장재 규제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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