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나혜윤 김승준 기자 = 'K-원전'이 오는 7일 체코 정부와 본계약을 체결, 유럽 원전 시장에 첫 진출한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사업 규모만 24조 원에 달하며 운영·관리까지 포함하면 총 50조 원 이상의 국익 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K-원전'의 기술력과 경제성, 안정성을 국제 무대에서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글로벌 원전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서 위상을 다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는 오는 7일 체코전력공사(CEZ)와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본계약을 체결한다. 체코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를 열어 원전 건설 예산을 승인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는 원전 1기당 약 12조 원, 총 2기로 24조 원 규모다. 여기에 원전 운영·관리, 기자재 수출, 인프라 투자까지 포함하면 경제 유발 효과는 최소 50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두코바니 원전의 60년 운영 기간 동안 건설비와 맞먹는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자동차 174만 대 수출, 30만톤(t)급 LNG선 128척 수출 효과에 맞먹는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는 체코 현지에도 큰 경제적 효과를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업체 KPMG의 분석에 따르면 두코바니 원전 건설로 1만여 명의 인구 유입과 3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 2034년까지 3000채 신규 주택 수요, 1000개 신규 기업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번 수주는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원전 수출이자 한국의 유럽 원전 시장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사업은 현대사 최대 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로, 원전 2기(두코바니 5, 6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최대 4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수원은 체코의 요구에 맞춘 APR1000 노형을 제시하고, '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On Time, Within Budget)' 건설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워 경쟁국들을 따돌렸다. 체코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과 현지 맞춤형 수주 전략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유럽은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체코 역시 에너지·기후정책의 탈탄소화 전략에 따라 원전의 역할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재설정하고, 이번 신규 원전 건설을 국가 중대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수원은 체코 수주를 통해 유럽 시장에 'K-원전' 브랜드를 본격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AE 바라카 프로젝트로 중동 원전 시장에 교두보를 놓았던 것처럼, 체코를 시작으로 동유럽과 EU 원전 시장 진출의 길을 열게 된 셈이다.

이번 수주의 또 다른 의미는 범정부 차원의 전략적 외교와 수출지원이 주효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취임 이후 7차례 체코를 방문해 주요 의사결정자와의 면담과 한-체 원자력 기술교류회, 문화교류 행사, 체코 아이스하키팀 후원 등을 통해 현지 우호 여론을 적극 조성해 왔다.

수주 막판에는 한국과 체코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이 계약 성사를 뒷받침했다. 지난 2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한한 루카스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블첵 장관 역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에 신뢰를 보낸다"며 양국 원전·배터리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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