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계약 지연…산업장관 "비온 뒤 땅 굳어, 신뢰 더 깊어져"
"연기 전화위복 삼을 것…佛 입찰서 품질 현저히 낮아"
"원전 품질 체코서 증명되면 EU 독점시장 진입 도움될 것"
- 산업부 공동취재단,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프라하·서울=뉴스1) 산업부 공동취재단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 본계약 체결이 하루 앞두고 무산됐지만, 한국과 체코 정부는 신뢰를 바탕으로 조속히 본계약을 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지연은 절차적 문제일 뿐 무산은 아니다"라며 "비 온 뒤 땅이 굳듯 양국 신뢰는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지난 6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간 계약 서명을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7일 본계약 서명식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따라 애초 예고된 본계약 서명식은 잠정 연기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EDF는 입찰서 보완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고, 제출한 제안서의 퀄리티(품질)도 현저히 낮았다"며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체코 총리는 한수원이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국내에서는 신한울 2기와 추가 2기 건설이 예정돼 있고, 체코 원전과 제3국 시장까지 고려하면 한국 원전 생태계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체코 스코다터빈과 같은 현지 제조 기반을 활용해 함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체코 반독점 당국이 같은 사안에 대해 두 차례나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이번 연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체코 국민과 국제 사회의 신뢰를 더 높이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우리 원전의 품질과 절차의 신뢰성이 체코에서 증명된다면, 유럽 내 독점 시장 진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도 한국 원전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과정을 통해 한수원의 설비가 얼마나 믿을 만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우월한지를 체코 국민들이 직접 확인하게 된다면, 향후 예정된 테믈린 원전 2기 사업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는 계약 연기에 따른 기회비용이 크다는 점에 공감하며, 가처분 결정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장관은 "체코 정부도 하루하루의 지연이 얼마나 큰 비용을 유발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불필요하고 과도한 지연은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 장관과 루카쉬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체코 원전산업 협력 약정'을 체결하고 두코바니 신규원전의 성공적 추진, 제3국 공동진출, 추가 2기 건설 협력 등을 논의했다. 한수원과 국내 원전 기업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체코 기업들과 원전 건설 관련 MOU 10건을 체결했다.
체코 측이 향후 10년간 핵연료를 한국에서 공급받기로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안 장관은 "이 사안은 기업 고유의 영역으로,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세부 내용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일정 기간 공급 권한은 한국 측에 있지만 구체적 계약 조건은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배터리, 자동차,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 협력도 공고히 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체코 산업부와 '배터리 협력 MOU'를 맺었으며, 자동차·로봇 분야 협력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오스트라바 공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프라하 공대와 각각 LOA를 체결했다.
정부 특사단과 국회 대표단은 피알라 총리와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을 만나 정치권 협력도 이어갔다. 체코 여야가 에너지 정책에서 입장 차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협력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안 장관은 "원전은 세대를 걸친 정책으로,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체코 정부는 법원의 가처분 문제가 해결되면 즉시 본계약 서명이 가능하도록 '사전 승인'을 조치했다. 체코전력공사(CEZ)는 가처분 신청 인용 효력이 정지되도록 상급 행정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법적 조치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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