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연·세대간 연결' 선보인 오사카 엑스포 한국관…"말보다 체험"[르포]
'연결'을 테마로 한국 문화와 가치 전달…관람객 눈물 자아내기도
- 김승준 기자
(오사카=뉴스1) 김승준 기자 = 만국박람회 '엑스포'(Expo). 흥행이 어려울 것이란 일본 내 지적에 한산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가지고 13일 찾은 오사카 엑스포 현장. 그러나 우려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라졌다. 거대한 목조 구조물인 '그랜드 링' 아래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 특히 한국관에 입장하기 위해 긴 줄을 선 전 세계인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엑스포 방문 전 가졌던 또 다른 의구심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였다. 1970년 오사카 만박의 인기 전시물은 '월석'일 정도로 정보 교류가 어려웠던 시대에 엑스포는 세계 각국의 최신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55년이 지난 2025년에는 굳이 엑스포에 가지 않아도 손 안에서 스마트 폰으로 전 세계 정보를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엑스포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한국관이 보여준 답은 스마트폰으로 느낄 수 없는 체험과 한국이 세계에 전하는 '연결'이라는 메시지였다. 3관으로 이뤄진 한국관은 '전 세계인과의 연결, 자연과의 연결, 세대 간 연결'을 한국 문화를 통해 표현했다.
한국관 앞에 설치된 폭 27m, 높이 10m의 거대한 미디어파사드에는 한국의 풍광과 문화유산, 문화제가 송출되고 있었다. 입장 대기 장소에는 충남 서산에서 생산된 '한산 모시'가 덧붙여져 햇살과 조화를 이뤘다.
1관 입장 전 관람객들은 녹음 부스로 들어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라는 질문에 자신의 언어로 답했다. 이렇게 녹음된 음성은 인공지능(AI)을 거쳐 음악과 빛으로 바뀐다. 전 세계인의 음성이 하나씩 들려오다가 이내 리듬이 빨라지며 연결되고 하나의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움직이는 132개의 조명이 공감각적 체험을 만들어줬다.
다음으로 넘어간 2관 천장에는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콘크리트, 자연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구성됐다. 특히 천장에는 한국 기술을 상징하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엔진이 매달려 있었다. 관람객이 파이프에 호흡을 내쉬면 천장의 수소연료 전지에서 비눗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호흡 속의 산소가 수소연료 전지의 수소와 결합해 물로 변해 콘크리트에 생명의 싹을 탄생시키는 것을 형상화해 친환경 기술의 가치를 전했다.
세대 간 연결을 테마로 하는 마지막 3관에서는 'K-팝'을 만날 수 있었다. 3면이 스크린으로 구성된 몰입형 상영관에는 2040년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와 고등학생 손녀가 시간을 초월해 음악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생각하며 남긴 악보를 낡은 스마트폰에서 발견한 손녀가 친구·인공지능(AI)과 함께 새로운 K-팝 신곡을 만들어가며 세대 간 소통의 모습을 그려냈다. 영상 속에서는 K-팝의 춤과 음악뿐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폰, AI 등 한국의 앞선 정보기술(IT)이 배경에 녹아 있어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이번 전시 총감독인 고주원 서울예술대학교영상학부 교수는 "대한민국은 늘 박락회에서 IT 기술과 전통의 결합이라는 주제를 요구받는다. 이번에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전하려 했다"며 "대부분의 국가관들은 많은 텍스트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단시간 내에 그 나라를 이해하기 어렵다. 엑스포는 한국을 모를 수도 있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더 쉽고 체험으로 다가가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이 성공했는지 한국관에서 눈물을 보이는 관람객들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한국관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일본인 나오 씨는 "출구에서 어떤 나이든 서양분이 울면서 나오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다시 입구까지 오셔서 자기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올라 좋았다고 말씀하셨다"며 "다른 국가관은 글씨가 작고, 많아 노인 분들이 읽는 것을 힘들어하셨는데 한국관은 그렇지 않아 좋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전 세계인에게 '연결'이라는 메시지로 한국을 알리는 한국관의 출구에는 한국인에게 다른 연결의 의미를 전달하는 '재일동포 기념비' 조형물이 있다. 재일동포들은 1970년대 오사카 만국 박람회에 한국관 건립에 50만 달러를 기부하며 한국관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 기념비에는 한국을 떠났지만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재일 교포의 역사가 담겨 전 세계 교포와의 연결을 전하고 있었다.
seungjun241@dqdt.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