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의 저출산 해법은…李 "아동수당 확대" 金 "주거 지원"
[6.3 대선 공약 점검]⑤ 저출산 정책
"인구 정책 비전은 없어…변죽만 울리나" 지적도
- 김유승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저출산이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위협하는 문제로 떠오르면서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출산율 제고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동수당을 18세까지 확대하고, 자녀 양육 지원을 위해 세액·소득공제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결혼과 출산 시 청년 주택 주거비를 지원하고, 신혼부부 주거 대출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주거 지원을 강조했다.
그러나 각 후보들의 저출산 타개 공약과 관련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백화점식 정책 나열'을 반복할 뿐, 출산율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적 해법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에 걸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여성 1명이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이 계속되면 15~64세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우리나라 경제가 2040년대엔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6·3 대선 주요 후보들도 위기의식 속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해법을 '10대 공약' 안에 넣어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세제 혜택 등 자녀 양육 지원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18세까지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한편, 일하는 모든 취업자에 대해 육아휴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자녀 수에 비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공제 한도 상향을 추진하는 한편, 초등학생의 예체능학원·체육시설 이용료를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신혼부부를 위한 공약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난임부부 치료 지원 강화를 내세웠다.
아울러 돌봄과 일·가정 양립 방안으로는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강화 △지자체 협력형 초등돌봄 추진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료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청년과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을 저출산 공약 맨 앞에 내세웠다.
김 후보는 결혼 시 3년, 첫째 아이 출산 시 3년, 둘째 출산 시 3년으로 총 9년간 청년주택 주거비를 지원한다고 공약했다.
또 주택 구입을 위한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 대출 기간을 연장하고, 신혼부부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임신·출산 지원을 위한 공약으로 △난임생식세포 동결·보존 건강보험 급여 항목 포함 △가임력 검사 및 난임 시술비 지원 △임산부 검진 및 분만비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에 저출산 대책을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9일 '다자녀 핑크 번호판' 제도를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만 18세 이하 3자녀 가구, 5인승 이상 승용차량 1대에 대해 분홍색 번호판을 부여하고, 다자녀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 주차 요금을 감면하거나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대선 후보들이 저출산 해법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는 점에는 긍정 평가가 따른다.
그러나 기존의 백화점식 정책 나열과 유사한 방식으로 공약을 늘어놓았을 뿐,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혁신적 아이디어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율을 구조적으로 높이기 위해선 결혼과 고용, 주거 등을 하나로 묶어 생애 전체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제시해야 하지만,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정책을 종과 횡으로 본다면 y축에는 정책의 내용이 굉장히 다양해야 하고 x축에는 1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인생 전체에 걸쳐 있는 욕구까지도 촘촘하고 세밀하게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후보의 정책이) 출산할 의지가 있고 환경이 갖춰진 이들에게만 즉각 실효성이 있는 정책에 머물러 있어 구조적인 한계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인구 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단적으로 지난 정부에서 나왔던 인구 전담 부처 설치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방안 없이 아동수당을 18세까지 확대한다고 공약하는 등 무분별한 현금성 대책을 남발했다는 점도 지적 사항이다.
이 연구원은 "고등학생에게까지 수당을 준다 해도 생활비나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는 데 사용되는 게 아니라 사교육비로 쓰일 것"이라며 "차라리 사교육비 절감 공약을 내는 게 나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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