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인연령 상향' 사회적 논의 시동…실행까진 산 넘어 산
제도 개정에 앞서 노인복지·정년연장 등 다방면 사회적 합의 필요
"빈곤층 수급 대상 탈락 등 부작용 우려…유연한 접근법 필요"
- 김유승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올해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서 노인연령 상향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보다 기대여명이 크게 늘었지만, 일할 인구는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노인 기준 자체를 높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다만 노인 연령은 공적부조와 연금, 정년연장 등 다양한 문제와 밀접하게 얽힌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제 상향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초고령사회 도래와 '액티브 시니어'(활동적 노년) 등장에 따른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해 노인연령 조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 65세인 우리나라 노인 연령은 지난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복지서비스 적용하는 연령으로 결정된 후 4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기대여명과 건강수명이 크게 늘어 65세를 넘어서도 '한창 일할 때'라는 인식이 자리 잡자, 노인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0차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우리나라 50대 이상 중고령자들은 스스로 노후가 시작되는 시점을 법정 연령보다 4살 많은 69세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현상으로 미래에 15~64세 노동 인구가 급감한다는 점도 노인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데 힘을 싣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3657만 명인 생산가능인구는 2044년 2717만 명으로 1000만 명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연령을 높이면 일할 사람을 늘고 노인 부양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노인연령 상향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10년 가까이 논의가 이렇다 할 만큼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10월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노인연령을 75세로 상향하자"고 정부에 제안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잘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화답하자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실제 법·제도 개정 등 구체화 작업으로 이어지기까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노인 연령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와도 밀접하며, 연령 상향에 따른 소득 공백을 줄이려면 현재 60세에 머물러 있는 정년 연장에 대한 합의도 이뤄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0% 안팎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라는 점도 문제다. 노인 연령이 높아지면 취약 계층이 복지 혜택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도 그만큼 늦어져 노후 소득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8일 "법·제도 개정보다는 사회적인 논의를 먼저 해나갈 것"이라며 "대한노인회나 전문가, 국회 등과 논의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 될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려면 노인연령이 얽힌 사안마다 조정 속도를 달리하는 등 유연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노인연령을 높여야 하지만 급격히 적용될 경우 빈곤 계층이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고 지하철 무임승차를 받을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노인연령을 높이더라도 공적부조나 사회보험 등에 대해선 천천히 적용하는 등 '투트랙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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