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만 찾고 경제성 못찾은 '대왕고래'…동력 약화 vs 아직 아냐
정부 "가스 징후 확인했지만, 경제성 확보 수준은 아냐"
"양호한 석유구조는 확인돼 탐사 계속…투자유치 가능성도"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동해 심해 가스전의 석유·가스 매장 여부를 밝혀낼 유력 유망구조로 꼽힌 ‘대왕고래’ 1차 시추 결과, 양호한 석유구조는 갖췄으나 규모면에서 경제성은 낮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1차 시추 결과는 아쉽지만 유의미한 데이터는 확보한 만큼 대왕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유망구조의 탐사 시추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이 사업에 거듭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상황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7개 유망 구조 중 1순위로 분류된 '대왕고래'에서 사업성을 입증하지 못함에 따라 프로젝트 동력이 약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6일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대왕고래 시추에서 잠정적으로 가스 징후가 확인됐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시료·데이터 정밀분석을 통한 최종결과는 5~6월쯤 나올 예정이지만, 경제성을 담보할 규모의 석유·가스양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전반적인 지질구조(석유 시스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른 유망구조에서의 추가 시추 가능성을 설명했다.
관계자는 "지상에서 3021m까지 굴착하며 이수 검층을 통해 층별로 규모는 다르지만, 6개 지층에서 주변보다 가스 포화도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며 "다만 가스가 구조 유기물이 산화돼 나온 건지 근원암에서 이동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텐데, 이런 부분은 정밀분석 결과 발표 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단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의 추가 탐사 시추는 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왕고래 구조에 박은 시추공을 뽑고 일단 철수한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왕고래를 하나의 구조로 봤을 때 현재 가스 포화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 탐사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일부 전문가는 대왕고래 구조가 분리됐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데 이 부분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구조에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를 투입, 47일 간 탐사시추 작업을 벌여왔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수심 1260m에서 시작되는 해저 지형에서 1761m 깊이까지 드릴을 내려 암석을 뚫고 1700개 이상의 시료와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시추 현장에서는 세계 1위 시추기업인 미국의 슬럼버거(Schlumberger)가 채취된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작업을 병행했다.
그동안 대왕고래 개발 사업에 거듭 의혹을 제기해왔던 야당은 이번 정부 발표에 즉각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발표 직후 '대왕고래 프로젝트,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야심 차게 발표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면서 "이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정한 연구 및 검증, 그리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반한 국민 설득 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불통, 무능, 협작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간 경과 및 시추 추진의 과학적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1차 시추 잠정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아직 사업 성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석유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시추를 통해 획득한 시료·데이터는 나머지 6개 유망구조 후속 탐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과거 성공한 동해 가스전은 11번째 시추에서 성공했고, 남미 가이아나 유전은 13번째, 노르웨이 에코피스크는 23번째 시추 만에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바로 성공하면 좋겠지만, 시추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를 가지고 추가적인 유망구조의 오류를 보정하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탐사시추"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외 투자유치에 대해서도 이미 메이저 오일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사업 동력은 충분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투자)입찰 의향을 제시한 기업이 있어 투자자문사와 이번 탐사 시추 자료를 어디까지 공개할지 자문을 받고 있다"면서 "1차 결과 자체를 보고 투자에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투자유치를 통해 리스크를 저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는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 애초 정부는 첫 시추 사업비를 한국석유공사와 절반씩 나눠 부담하고, 향후 2차 시추부터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 497억 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으나, 결국 야당의 반대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모든 부담은 석유공사에 돌아갔다. 해외 투자 유치 없이는 추가적인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이 진행 중인 울릉분지에 최대 51억7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더 매장돼 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면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는 지난해 12월 '울릉분지 추가 유망성 평가' 용역 보고서에서 울릉분지 일대에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이 큰 14개 유망구조가 추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14개 유망구조의 예상 매장량은 최소 6억 8000만 배럴에서 최대 51억 7000만 배럴로 추산했다.
탐사 자원량이 가장 많은 유망구조의 이름은 '마귀상어(Goblin shark)'로 전해졌다. 이 구조에만 최대 12억 9000만 배럴의 가스·석유가 묻힌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정부는 전문가들에게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한 검증을 맡긴 상태다. 결과는 이르면 오는 3월 중 나올 예정이다.
앞서 석유공사는 지난해 미국 액트지오사의 자문 등을 거쳐 동해 8광구와 6-1광구 일대에서 모두 7개의 유망구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망구조란 석유나 가스 등 자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층구조를 의미한다.
석유공사와 정부는 대외 보안을 위해 이들 유망구조에 '대왕고래', '오징어', '명태' 등 해양 생물의 이름을 붙여 관리해왔다.
이중 석유·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망구조에 가장 큰 해양생물인 '대왕고래'란 이름을 붙였다. 보안상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왕고래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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