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김유승 기자 = 지난해 31조 원가량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예산상 잡혀 있었으나 쓰지 않은 예산(불용·不用)도 20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기획재정부는 10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김윤상 기재부 2차관과 이미현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4회계연도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지난해 총세입은 535조 9000억 원, 총세출은 529조 5000억 원이다. 총세출과 총세입의 차액인 결산상 잉여금 6조 5000억 원에서 이월액 4조 5000억 원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2조 원으로 확정되었다.

총세입은 535조 9000억 원으로 예산(550조 원) 대비 14조 1000억 원 감소했다. 총세입 중 국세수입은 336조 5000억 원으로 예산(367조 3000억 원) 대비 30조 8000억 원 감소했다. 세외수입은 199조 4000억 원으로 예산(182조 7000억 원) 대비 16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총세출은 예산현액 554조 원 중 529조 5000억 원을 집행했다.

세계잉여금은 2조 원으로, 일반회계에서 4000억 원, 특별회계에서 1조 6000억 원이 발생하였다. 일반회계 4000억 원은 4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교부세와 교부금을 정산한 후,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게 된다. 채무상환 후 잔액은 세입 이입이나 추가경정예산 재원으로 활용된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각 특별회계 근거법에 따라 자체 세입 처리된다.

결산상 불용액은 20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예산현액 554조 원에서 총세출 529조 5000억 원과 이월액 4조 5000억 원을 차감한 것이다. 불용은 세출예산에 편성된 금액보다 집행액이 적은 경우의 차액이다.

기재부는 이 중 국세수입과 연동된 지방교부세·교부금 6조 5000억 원과 회계·기금 간 중복 계상되는 내부거래 4조 3000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용'은 9조 3000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56조 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감소했던 지난 2023년에도 결산상 불용은 45조 7000억 원, 사실상 불용은 10조 8000억 원 발생한 바 있다.

예산은 일반적인 가계 지출과 다르다. 가계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 예산은 국민을 위한 정책과 사업 수행을 위해 편성되는 만큼, 계획된 대로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불용액이 크다는 것은 예정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정부의 집행력 부족이나 행정 비효율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과 10조 원 내외의 사실상 불용이 발생하면서, 쓸 돈을 막아 세수 부족에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사업비 불용이 지난해보다 감소했으며, 강제 불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집중호우·태풍 등 재난·재해 발생 감소로 인한 예비비 불용 2조 5000억 원을 제외하면 사업비 불용은 6조 8000억 원으로 2023년 7조 5000억 원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업비 불용은)사업에서 일정 등의 문제로 자연적으로 집행을 못한 경우이며, 돈을 안 줘서 집행을 못한 경우는 아니다"라며 "강제 불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윤상 차관은 "정부는 2년 연속 발생한 세수 부족 상황에서도 기금 여유 재원 등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등을 위한 재정사업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그 결과 GDP 성장률에 대한 정부 기여도는 연간 기준으로 0.4%포인트(p)를 기록했다"고 했다.

정부는 마감 실적을 기초로 기금 결산 결과를 반영한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해 4월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후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국가결산보고서를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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