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환율협의에 출렁이는 환율…원화절상 현실화 우려(종합)
환율, 美와 협의 소식에 출렁…5일만에 '빅피겨' 1400원 밑으로
수출기업 관세·환율 이중고 우려…커지는 'R의 공포'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미 간 환율 협의에서 미국의 원화 절상 압박 가능성에 따른 환율 변동이 새로운 경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수출에 직격탄을 가한 가운데 원화 절상 압박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2+2 통상협의에서 미국 측이 의제로 꺼내든 환율과 관련한 실무진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차관보는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환율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양측은 환율과 관련한 의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과거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인위적 평가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대규모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 고평가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외환시장 구조에서 과거와 같은 인위적 절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의 압박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한국과 대만 등 미국과 교역에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통화 평가 절상 압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4월 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공포로 1500원 선을 넘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초 미국이 주요 교역국에 인위적 통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약 6개월 만에 1300원대로 재진입하기도 하며 1400원 하향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전날에도 한미 간 환율 협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원 환율은 15원 이상 급락세를 보이며 재차 1400원을 밑돌기도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정규장(오후 3시 30분)에서도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5.7원 내린 1394.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 이후 5거래일만에 다시 1390원대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실제 미국의 원화 절상 요구 여부와 무관하게 당분간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상당 기간에 상당 폭으로 저평가된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협상에서 환율 카드를 제시한다면 달러·원 낙폭은 최소 10% 이상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다"며 "의례적으로는 양 국가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까지 '점진적인 속도'로 환율 조정을 목표로 하겠으나 실제로는 시장의 기대 조정으로 짧은 시간 안에 그동안의 저평가 폭을 상쇄하는 쏠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은 향후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수출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25% 상호관세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만으로도 수출 타격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82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대미 수출은 같은 기간 6.8% 감소했다. 품목별로 반도체가 31%, 자동차가 16.6%, 일반기계가 22.6% 줄었다.
이달부터는 대미 수출이 전체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달 1~10일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128억 달러로 전년 대비 23.8% 감소했다. 특히 미국 수출이 30.4%, 중국 20.1%, 베트남 14.5%, 유럽연합(EU)은 38.1% 각각 감소했다.
이에 더해 달러·원 환율의 하락은 수출기업의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기업이 관세에 이어 이중고를 맞게 되는 것이다.
정국 불안 등으로 인한 내수 부진에 더해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 타격이 가시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주요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대로 수렴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향후 미국과 주요국의 관세협상 결과 등에 따라 전망의 추가 하향이 이뤄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KDI는 지난 2월 한국의 성장 전망을 2.0%에서 1.6%로 낮췄는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절반으로 낮춘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주요 기관과 투자은행(IB)들도 1% 이하의 성장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잠재성장률 또한 추락하며 1%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KDI는 올해 잠재성장률을 1.8%로 예상했으며,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2.02%에서 내년 1.9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총괄은 "미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대국들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통상 분쟁이 격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에도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거나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전자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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