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5관왕 '아노라', 봉준호 '기생충'과 비교되는 이유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아노라'(감독 숀 베이커)가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부터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과 여우주연상(미키 매디슨)까지 총 5개의 상을 받는 저력을 보였다. '아노라'의 이 같은 성공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과 비교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노라'는 뉴욕 스트리퍼 아노라가 철부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과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이를 알게 된 이반의 부모가 보낸 하수인 3인방이 이들의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그리는 작품이다. 영화 '탠저린'과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으로 호평받았던 숀 베이커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아노라'가 5년 전 나온 '기생충'과 비교되고 있는 것은 칸 영화제 수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동시에 이뤄낸 점 때문이다. '기생충'은 2019년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이듬해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개 상을 받았다. 하나의 작품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섭렵한 경우는 1955년 미국 영화 '마티' 이후 65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5년 만에 '아노라'가 다시 '기생충'의 뒤를 이어 같은 기록을 냈다. 미국 영화로서는 70년 만에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아노라'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까지 주요 부문에서 수상을 한 점에서도 '기생충'과 비교된다. 션 베이커 감독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에 이어 직접 편집해 편집상까지 개인으로는 무려 4개의 상을 받았다. 이는 하나의 작품으로 한 사람이 이뤄낸 최다 수상이다. 봉준호 감독 역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받았으나, 국제장편영화상은 국가가 수상하는 것이라 봉 감독의 개인 수상으로 여겨지지 않아 3개의 상을 받은 것으로 본다.
영국의 가디언은 '기생충'에 이어 '아노라'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수상한 것을 두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발휘되는 칸 영화제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첫 번째 비영어 영화('기생충')는 새롭고 국제적인 아카데미의 상징이 됐다, 최근 아카데미 수상 투표를 하는 투표층에 변화가 생겼는데, 미국 밖에 사는 20%의 회원이 75개국을 대표하고 있다"며 "'기생충'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후보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중 많은 작품이 칸 영화제와 직접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노라'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발휘되는 칸 영화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아카데미 수상을 노리는 작가주의 작품들의 경우 4분기에 개봉해야 이듬해 초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통념이 있었다. 너무 일찍 공개될 경우 호평만큼 혹평이 받을 가능성도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충'부터 시작해 '아노라'까지, 5월에 칸에서 먼저 공개된 작품들이 아카데미에서도 성과를 올리는 선례가 남게 되면서 기대작들의 국제 영화제 출품에 대한 부담감도 상쇄됐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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