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메가박스-롯데컬처웍스의 MOU…'진퇴양난' 극장의 자구책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업계 2위와 3위, 두 멀티플렉스 체인이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이는 각주구검(刻舟求劍)에 가까운 해석이다. 팬데믹 이후 침체 일로를 걸어온 두 회사로서는 이번 빅딜이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벼랑 끝의 자구책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합병의 목적은 '극장 및 영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성 확보'다.
현재 극장 사업은 '지속성'을 논의할 지경에 이른 듯하다. 계속되는 한국 영화의 부진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 극장 매출액 및 관객 수는 대폭 줄었다. 2024년 관객 수는 2019년의 2분의 1 수준이었다.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극장 출입을 자제하던 관객들은 집안에서 새로운 극장을 찾았고, OTT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선택해 보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팬데믹은 OTT 콘텐츠의 비약적인 성장을 도왔다. 영화 못지않은 양질의 재밌는 콘텐츠들을 소파에 누워서 볼 수 있게 됐다. 94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메가 히트'한 시리즈 '오징어 게임'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그 사이 극장은 계속 침체기를 겪었다. 엔데믹이 선언되고 난 뒤 조금씩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경쟁 플랫폼에 빼앗긴 소비자들을 되찾는 일은 쉽지 않았고 이전과 같은 수준의 매출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극장이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열정적인 팬덤을 겨냥한 콘서트 영화를 상영하거나, 시의적절한 재개봉 영화들을 내놓았다. 또한 아이맥스나 4DX 같은 특별 상영관을 확대해 집에서 보는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극장용 영화'의 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화 관람료를 인상, 안 그래도 극장에 발길을 끊은 관객들을 다시 한번 밀어낸다는 비판에 처하기도 했다.
영화 관람료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영화 관람료가 높아진 바람에 관객들이 관람 횟수를 줄였고 이에 개봉 영화들의 흥행 양극화를 불러일으켜, 결국 한국 영화 산업의 침체를 불렀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극장 측은 코로나19 이후 닥친 재무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격 경쟁력의 상실이 전체 영화 산업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에 대해선 '비약'이란 주장이 우세하다.
극장의 현실이 '진퇴양난'으로 보이는 것은 극장의 경쟁력이 필연적으로 한국 영화의 경쟁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전부터 한국 영화에는 위기론이 존재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위기의 여파를 앞당기는 촉진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상을 받고, 일 년에 천만 영화가 두세 편씩 나올 때도 끊임없이 지적돼 온 것은 '포스트 박찬욱·봉준호의 부재'와 '획일화된 상업 영화 쏠림 현상'이었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어온 감독들의 뒤를 이을 신인이 없고,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상업 영화에만 투자가 몰리는 현상은 영화 산업의 발전을 꾸준히 저해했다. 단편 영화를 제외하고는 올해 칸 영화제 공식 섹션에서 한국 영화가 부재한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OTT 플랫폼 대비 경쟁력 있는 영화를 상영해야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을 것이다.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의 이번 MOU에서도 희망적인 부분은 합병 회사가 극장 사업뿐 아니라 신규 콘텐츠 투자를 통한 시장 활성화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점이다. 두 회사의 이번 MOU가 한국 극장 영화의 경쟁력에 대해 '재고'(再考)하고 '제고'(提高)할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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