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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같은 '러봇', 배 쓰다듬자 스르르"…日 요양원 덮친 '신기술' 열풍

[초고령화는 신산업이다]③"자나, 깼나?" 수십 명 상태를 한눈에
달콤한 반신욕 돕는 기계도…'큰손' 금융사 손닿자 이렇게 변했다

편집자주 ...저출산과 고령화는 '정해진 미래'다. 이미 시작된 '인구의 계절'은 되돌릴 수 없다. 이 흐름은 한국을 '1% 저성장'이라는 그늘로 데려왔다. 하지만 시선을 바꾸는 순간, 위기는 기회가 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일본 기업들은 고령자를 소비자이자 '시장의 중심'으로 바라보고 새 판을 짰다. 이제 같은 길목에 선 한국에게 일본은 가장 중요한 참고서다. 초고령화를 신산업의 기회로 삼아야 노인도 살고, 국가도 산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퓨처케어랩(Future Care Lab)'에서 만난 애완로봇 '러봇'(LOVOT). 러봇을 품에 안고 배를 토탁이면 스르르 눈을 감는다. 2025.4.2 / 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도쿄=뉴스1) 김근욱 기자

기술의 순기능이 바로 이런 걸까.

일본의 고령자 돌봄 전문 기업 '솜포케어'를 만난 뒤 떠오른 한줄평이다. 최근 SNS에서 화제를 모은 애완로봇 '러봇(LOVOT)' 이야기만은 아니다. 침대 커버 아래 센서만 두면 요양보호사는 고령자가 자는지, 깨어났는지, 화장실에 갔는지까지 모니터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요양보호사 2명이 1시간을 들여야 했던 중증 요양자의 목욕도 '특수 장비'를 활용하면 1명이 30분 만에 끝냈다. 타이머만 설정해 두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제공되는 '스마트 카트'도 있었다. 초고령화 사회에 따른 요양 인력 부족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일본의 모습에서 '고령화 선배'의 면모가 느껴졌다.

자나, 깼나?…수십명 상태를 '센서'로 한눈에

지난 2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퓨처케어랩'(Future Care Lab)에서 만난 사히토 카즈히로 솜포케어 시니어 리더는 '수면 스캔' 기술을 소개했다. 퓨처케어랩은 일본 전역에서 총 470여 개의 요양 시설을 운영하는 솜포케어의 '기술 연구소' 격이다. 요양 현장에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수면 스캔'은 특수 센서가 장착된 얇은 시트를 이불 아래에 깔기만 하면 된다. 요양보호사는 모니터를 통해 수많은 입주자의 △기상 △수면 △침대 이탈 △화장실 이동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입주자의 호흡 상태가 불안정하면 긴급 신호가 자동으로 발송된다.

사히토 리더는 "고령자의 심박수와 수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 기기를 장착할 필요가 없어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다"며 "현재 솜포케어가 운영하는 전 시설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낙상이나 심정지 등 사고 예방은 물론, 요양보호사의 불필요한 방문을 줄여 업무 부담까지 덜어준다.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퓨처케어랩(Future Care Lab)'에서 전시된 샤워 입욕 장치. 이 장치를 이용하면 요양보호사 2명이 1시간을 들여야 했던 중증 요양자의 목욕을 1명이 30분 만에 끝낼 수 있다. 2025.4.2 / 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솜포케어, 전 시설에 배급된 '샤워 장치'

퓨처케어랩 한쪽에는 '샤워 입욕 장치'(シャワー入浴装置)도 있었다. 일본인은 욕조에 몸을 담그는 반신욕을 선호하지만, 중증 요양자에겐 그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 장치는 초미세 입자 기술을 활용해, 실제 욕조에 들어가지 않아도 몸을 물에 담근 듯한 온열감을 전달한다.

특히 이 장치를 이용하면, 고령자를 눕히고 앉히는 과정이 한결 수월해져 요양보호사의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기존에는 직원 2명이 1시간 이상 걸리던 중증 요양자의 목욕을 이제는 1명이 30분 만에 마칠 수 있게 됐다. 사히토 리더는 "이용자의 체력 부담은 물론, 보호사의 체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며 "서비스 생산성이 높아져 이익 창출 측면에서도 기술의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타이머만 설정해 두면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유지해 주는 '식사 재가열 키트'도 있었다. 사히토 리더는 "아침 7시에 음식을 제공하려면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있었다"며 "이 기술을 통해 바쁜 아침 시간대에 돌봄 인력과 조리 인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여운 '러봇'보다 중요한 것

물론 가장 눈길을 끈 건 너구리처럼 생긴 '러봇(LOVOT)'이었다. 고령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 로봇을 품에 안자, 실제 동물처럼 따뜻했고 제법 묵직했다. 배를 쓰다듬자 동그란 두 눈을 스르르 감는 모습에,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괜히 아버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한국에 더 필요한 기술은 △수면 스캔 △샤워 입욕 장치 △식사 재가열 키트처럼 요양보호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일본의 요양 현장은 '사람 구하기 전쟁' 중이다. 솜포케어에 따르면 2025년 요양 인력 수요는 243만 명이지만 실제 공급은 211만 명으로 약 32만 명이 부족하다. 오는 2040년에는 수요가 280만 명으로 늘고, 부족 인원은 약 6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전체가 노인이 되는 2028년 이후에는 요양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개발원은 "현재 도심권의 시설 및 인력 부족, 영세 사업자의 난립에 따른 부실 경영과 질 낮은 서비스 등으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금융사가 바꾸는 '요양 산업'

국내 금융사들은 솜포케어를 요양업 진출의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 솜포케어의 모회사는 일본 대형 금융·보험 지주회사인 '솜포홀딩스'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요양 시설의 대형화가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히지만, 데이터와 IT 기술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는 '시장의 판'을 바꿔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 자본 여력이 있는 한국의 보험사들도 솜포케어처럼 요양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각종 규제로 인해 속도를 내기 어려운 데다, 국내 요양 산업이 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성장해 온 탓에 '골목상권 침해' 반발도 작지 않다.

사히토 리더는 "요양 시스템의 변화는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에 더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의 요양 시설은 고령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하도록 유도하는 '자립 지원'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반드시 누군가를 불러야만 하는 상황은 고령자에게 매우 큰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고령자가 혼자 이동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이 시설에 돌아가는 구조다. 직원들이 맡아야 할 일이 훨씬 많아지고, 결국 요양 인력 부족 문제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술'이 요양하는 시대가 온다

2040년 요양 산업의 모습은 어떨까. 솜포케어가 제시한 영상 속 미래는 AI가 고령자의 식단을 구성해 자동으로 제공했다. 또 '아이언맨 수트' 같은 기계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이동을 도왔다. 'VR기기'로 만나는 가상 공간에서는 고령자 간 비대면 소통이 이뤄졌다.

사히토 리더는 "이 영상을 보고 정말 가능한 일이냐고 묻겠지만 30년 전 스마트폰으로 모든 결제와 구매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한 사람도 없었다"며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기술로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술과 자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요양 시설의 대부분은 영세한 자영업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고, 전문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AI나 로봇 등 첨단 기술까지 도입할 여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같은 구조적 한계를 고려하면 금융사의 요양 산업 진출을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솜포케어는 연간 매출 1759억 엔(약 1조 7682억원)으로 일본 요양 시장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령자 돌봄 시설 수는 2만8600실로 업계 최상위권이며, 종업원 수는 2만4936명에 달한다. 솜포케어는 고령자뿐 아니라 전 종업원을 아우르는 '인간 존중'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퓨처케어랩 인 재팬 유튜브)

ukgeun@dqd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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