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 전쟁 충격' 천장 뚫린 환율…1500원 초읽기
미국·중국 간 합의 없어…美, 中에 104% 관세 실행
1500원 돌파 가능성…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격화되며 달러·원 환율이 16년 만에 최고치로 시작했다. 미·중의 관세 관련 합의 소식도 들리지 않으며 대중국 104% 관세도 실행됐다. 시장에선 세계 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넘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인 1473.2원 대비 10.8원 오른 1484원에 출발했다. 장 시작가(오전 9시)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로 출발한 것이다.
환율은 장 시작 직후 더 상승해 1487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장중 기준 지난해 12월 27일 1486.7원을 3개월 만에 다시 넘어선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0시 1분(한국시간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할 대(對)중국 '상호관세'를 34%에서 84%로 높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중국에 대해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2일 서명했지만, 중국이 같은 34%의 '맞불 관세'를 발표하자 5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중국에 대해서는 총 104%(10%+10%+84%)의 추가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게 된다.
발효 전까지 중국과의 협상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며 대중국 관세는 실행됐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고조에 위험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의 약세는 심화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짙어진 것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큰 폭으로 절하하는 방식으로 환율 전쟁에 임한다면 원화의 장중 추가 약세도 불가피하다.
시장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장중 환율이 1500원을 넘는 건 지난 2009년 3월 12일(1500원) 이후 16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와 미·중 간 환율 전쟁 리스크는 환율을 1500원 수준까지 상승시킬 수 있는 악재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특히 상호관세 여파가 국내 성장률에 예상보다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내 성장률 하향 조정 분위기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압박을 가중할 공산이 커, 원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환율 상단 전망을 1500원(기존 147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위 연구원은 "해외 증시 급락에 따른 내국인 해외투자 자금 청산 또는 트럼프의 대폭 완화된 관세 정책이 없는 한 환율의 추세적인 하향은 단기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전망치 하단을 1360원에서 1380원으로, 상단을 1470원에서 1500원으로 수정한다"고 했다.
하나증권 또한 환율 안정이 단기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봤다. 미국 고용 둔화와 6월 FOMC 금리 인하를 반영해 달러가 하락하고, 국내 추경 집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하반기 경까지 상승 압력이 우세하다는 판단이다. 환율 전망 밴드는 1430~1480원 선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리스크(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에선 일부 자유로워진 원화지만, 만만치 않은 대외 리스크 하에서 2분기 내 1300원 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속도 조절에 나설 확률이 높아 얼마만큼 상단을 지지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해, 미국 관세 정책 여파로 인한 주가·환율 불안 상황과 관련 "필요시 가용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향후 미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고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24시간 점검 체제를 통해 금융·외환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심리 과열, 외국인 자금 이탈도 문제지만 수입 물가 상승으로 통화정책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속도 조절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 실개입 여부가 1490원 방어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언급하며 관세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상단을 지지하는 요소다.
위 연구원은 "트럼프가 한덕수 권한대행과 관세, 조선, 알래스카 LNG 사업 등을 긍정적으로 논의했다고 언급했다"며 "한국에 대한 관세 감면 조치 기대감은 원화에 긍정적인 재료다. 아울러 장중 환율이 급등할 경우 외환당국의 미세조정 경계감도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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