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행 '상법 개정안' 법안소위 문턱 넘었다…'주주행동' 본격화하나
2월 본회의 처리 방침…3월 주총 시즌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기대
재계 "이사충실 의무 확대 영향력 커…재검토해야" 반발
-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으면서 상법 개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월 중 상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모임의 주주행동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대안을 의결했다.
다만 민주당이 그간 당론으로 추진해 왔던 내용 중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은 추가 심의를 위해 소위에 계류했다.
민주당은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칼을 빼 들었으나, 국민의힘은 경영권 위축을 우려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며 맞서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도 상법 개정안 표결 처리에 반대했으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던 법안인 만큼 민주당 의원 5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정무위원회에서는 기업의 물적분할 시 소액주주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신주인수권을 우선배정하는 등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처리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법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주주행동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현재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코웨이에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목표자본구조 정책 도입 및 주주환원 정책 개선 △주주간 이해충돌 문제 완화를 위한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요청하며 본격 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소액주주들도 기업들이 직접 서한을 보내 주주제안을 하는 등 행동주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는 이마트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1·2차 서한을 보냈으며, 경영권분쟁 중인 티웨이항공의 소액주주연대도 공개매수와 투명한 인수절차 등을 요구하며 주주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이외에도 롯데쇼핑, 인포바인 등의 기업들도 지배구조 문제나 주주환원 정책 등을 두고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을 했다.
상법개정안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된다면 기업들에서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전세계적으로도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제안이 2020년 390개에서 2023년 438개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주주행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상법 개정 추진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국내 주주행동주의 확산을 기대하게 한다"며 "주주행동주의가 '기업사냥꾼'보다는 느슨해진 기업 경영에 긴장감을 주는 '메기'로서 기능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도 "법률과 제도가 변할수록 기업들은 인수·합병이나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내부 의사결정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 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과거보다 훨씬 강력해졌다"며 "한국 자본시장의 지향점과 규제가 기존의 법적 기준을 최소한으로만 충족하던 수준을 넘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8단체는 상법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 직후 성명서를 내고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같이 놓고 어떤 것이 일반 주주 보호 측면과 법을 개정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나은지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야당 주도로 법안소위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나 집중투표제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안건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며 "현행 법체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대안을 검토하기보다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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