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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포기하니 삼성 넘었다"…한진家 막내 조정호의 결단[메리츠 웨이]①

경영권 승계 포기하고, 지배구조 개편에 주력…'K-거버넌스' 이정표
조정호 회장 지분율 급락했지만…주가는 324% 급등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자식에게 승계, 포기하겠습니다. 지배구조 비효율 해소합시다."

2019년 말,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전문 경영인인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에게 건넨 말이다. '오너=승계'가 일상인 한국 기업이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순간이다.

이날의 결단은 한진가(家) 막내였던 조 회장을 한국 주식 부자 1위에 등극하게 만들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조 회장의 주식 가치는 12조4334억 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가치(12조1666억 원)보다 2668억 원 많았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 주가는 지난 5년 사이 1038.76% 급등했다.

사실 조 회장은 2002년 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로부터 형들이 '알짜' 대한항공(003490)과 한진중공업, 한진해운을 가져간 뒤 남은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았다. 스스로 2015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내가 '남은 회사'를 가져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3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메리츠금융의 시가총액은 23조 원에 육박하며 코스피 16위 규모로 커졌다. 신한금융지주(055550)(22조6550억 원)와 하나금융지주(086790)(16조6600억 원)보다도 많다. 반면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은 사라졌고, 대한항공의 시총은 9조 원을 밑돌고 있다.

"승계 안 한다"…'K-거버넌스' 메리츠 밸류업 이끈 조정호 회장의 결단

메리츠금융의 신화는 '대주주의 1주와 일반주주의 1주는 동일하다'는 원칙에서 태동했다.

사실 주가가 오르기만 기다리는 일반주주와 달리 대주주들은 대부분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상속이나 증여 때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직계비속에 대한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 최고세율은 할증과세까지 더해 최대 60%다. 100% 기업 지분을 보유한 창업가가 승계하면 2세 지분은 40%로 줄어든다. 3세까지 승계하면 지분율은 16%만 남는다. 연부연납하고,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 내더라도 경영권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둬야 하는 대주주 입장에서 주주환원은커녕 주가를 누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 많이 상속받을 수 있다.

주가가 오르기만 바라는 소액주주와는 애초에 이해관계가 다른 셈이다. 대주주의 이익과 소액주주의 이익을 맞춰야 밸류업이 시작될 수 있다.

조정호 회장도 처음에는 승계를 고려했다. 하지만 고심 끝에 2019년 승계를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국내 기업들의 승계를 보면서 대주주 자녀의 적성이나 본인 희망과 무관하게 회사를 무조건 물려받는 것이 자녀에게도, 기업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지속하는 것도 무리라고 봤다.

대신 탁월한 경영성과를 입증한 전문경영인인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에게 조직 내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승계는 예민한 부분"이라며 "경영권 승계 탓에 주주환원정책이 제한되고, 주가 반등도 어려운데 대주주의 용단이 메리츠금융 밸류업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지분율 낮아져도 비효율 개선…'원메리츠' 이후 주가 324%↑

조 회장이 승계를 포기하면서 메리츠금융의 밸류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원메리츠(One Meriz)'로 불리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그전까지 메리츠는 금융지주 밑에 화재와 증권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화재가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증권은 좋은 투자 딜(Deal)를 발굴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각자 상장돼 있다 보니 자금 이동이 제한됐고, 내부통제·법규준수 의무로 계열사 간 소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도 제약이 있었다.

특히 화재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했고, 증권은 투자 기회를 날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증권이 좋은 딜에 참여하려면 '화재→지주→증권'로 자금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1년 가까이 걸렸기 때문이다. 화재가 배당하고, 지주는 이를 받아 증권 증자에 참여하는 구조였다. 이러다 보니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해도 타이밍을 못 맞춰 날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조 회장이 승계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경영진은 상장 계열사를 메리츠금융만 남기고 통합하는 지배구조개편에 착수했다.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방향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금융지주 지분은 79%에서 47%로 줄게됐다. 승계를 염두에 뒀다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조 회장의 결단 덕에 메리츠는 2022년 지배구조개편을 선언하고, 2023년 메리츠금융으로 통합 출범했다. 대부분의 사업 권한을 계열사에 맡기고 중요 이슈는 함께 논의하는 구조다.

비효율이 개선되면서 메리츠금융 주가는 원메리츠 발표 전날인 지난 2022년 11월 18일 2만8050원에서 7일 11만9000원으로 324.24%나 올랐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3334억 원으로 커졌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2024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리츠금융은 향후 2~3년 이내에 연결 당기순이익 3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장기간 높은 수익률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로 장기투자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버크셔 헤서웨이 같은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 회장의 지분은 메리츠금융 통합 후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진행하면서 51.25%까지 높아졌다.

keon@dqdt.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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