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 입 모아 "증시 부양"…한달 반 36% 급등 '이 업종'
KRX 증권, 4월 9일 이후 35.81% 상승…정책 수혜 기대 영향
지배구조 개선·세제 개편 등 잇단 공약…호실적 전망 뒷받침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증권업종 관련 지수가 한 달 반 만에 35% 넘게 급등했다. 내달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증시 부양 공약을 내놓으면서 정책 수혜 기대가 커졌고, 1분기 호실적도 이를 뒷받침했다. 증권사들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정책들도 대기 중이라 매수세가 몰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 29.32%(전날 기준) 올랐다. 지수는 상호관세 우려가 컸던 지난 4월 9일 종가 기준 702.22까지 내리기도 했지만, 전날 953.74까지 35.81% 반등했다.
최근 증권주가 급등한 것은 여야 대선 후보들이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앞다퉈 증시 부양 공약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투톱'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1500만 개미(개인 투자자)를 겨냥한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을 대거 내놨다.
시장 예상을 상회한 탄탄한 1분기 실적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대체거래소가 출범하며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 원을 넘겼고, 해외 주식 거래가 50% 이상 급증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었다. 발행어음,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신사업을 통한 기업금융 외형 확대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투심에 불을 붙였다.
이재명 후보는 '오천피'(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를 약속했다. 상법 개정과 주가 조작 엄단 등으로 한국 증시 체질을 개선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되면서 주가 수준이 현재보다 두 배는 뛴다는 것이다. 그는 경선 당시였던 지난 4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핵심 공약으로는 소액 주주 이익 보장을 강화한 상법 개정안 재추진을 우선 내놨다. 이 후보는 상장사 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포함하는 한층 강화된 안을 내놨다.
아울러 △상장회사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경영 감시 기능 강화 △합병 시 기업가치 공정 평가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등도 내세웠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한 번이라도 주가 조작에 가담하면 다신 주식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게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증시 활성화로 국민이 자산 증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관련 공약을 냈다. 우선 김 후보는 장기주식·펀드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및 비과세 한도 확대도 각각 4000만 원, 1000만 원으로 확대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5000만 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 소득에 대해서는 20% 분리 과세하는 구상을 내놓으며 '제3의 월급' 배당 투자 유인도 확대한다. 대통령이 직접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IR) 활동을 하면서 K-자본시장 홍보에 나서겠단 계획도 밝혔다. 주가조작 경제 사범에겐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한다.
이외에도 이준석 후보를 내세운 개혁신당은 지난해 1월 상장사 지배 구조 개선을 비롯해 다수 증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코스피 5000, 코스닥 2000 시대'를 만들겠다는 정책 제안을 했다.
1분기 실적 호조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증권)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1조 398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2607억 원) 대비 10.9%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51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1.6%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28%, 53.1% 증가한 3462억 원, 2582억 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6% 줄어든 3255억 원에 그쳤지만, 시장 전망치를 약 20% 상회했다.
미국 주식 거래 활성화, 대체 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인한 거래대금 증가가 증권사 호실적의 바탕이 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1분기 미국 주식 거래 금액은 15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4.0% 증가했다. 넥스트레이드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4조 5000억 원에 달하며 순항 중이다. 연내 발행어음 사업자·IMA 지정 기대감도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도 증권업종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및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며 "특히 여야 모두 발표한 대선 공약이나 개별 의원 법안 발의 등을 통해 배당 소득 분리과세 등 주식시장 친화적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자본시장 활성화와 신사업 확대에 따른 이익 모멘텀에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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