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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 '미래 손해율'로 실적 부풀리기…DB손보 등 손실은 미래로 떠넘겨

KB손보·메리츠화재 미래손해율 높게 추정…삼성·DB·현대 낙관적 가정
예상손해율 1%p만 낮춰도 CSM 수천억 증가…"제도개선 시급"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전 금융권 성과보수체계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 및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와 킥스 도입 관련 대응 경과 및 향후 감독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손해율'을 활용한 '실적 부풀리기'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일부 보험사가 미래 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유사한 실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지난해 도입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과 같은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개 대형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메리츠화재의 예상손해율이 1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이 각각 103%, 롯데손해보험 101%, 현대해상 99%, DB손해보험 97%, 삼성화재 96%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손해율은 지난해 실현된 현재의 손해율이고, 예상손해율은 실적을 기반으로 보험만기인 30년 이후까지 추정한 미래의 손해율이다. 실제손해율과 비교해 예상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할 경우 당장의 이익은 실현되지만, 손실이 미래로 떠넘겨질 수 있다.

예상손해율을 높게 잡으면 CSM이 감소해 이익은 줄어들게 되고, 낮게 잡으면 CSM이 증가해 이익도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보험사별로 실제손해율은 유사하지만 예상손해율은 천차만별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의 예상손해율은 메리츠화재가 104%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KB손해보험과 한화손보이 각각 103%, 롯데손해보험 101%, 현대해상 99%, DB손해보험 97%, 삼성화재 96% 순으로 나타났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손보사 중 예상손해율을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 보험사는 KB손보다. 지난해 말 기준 KB손보의 실제손해율은 88%이고 예상손해율은 103%로 실제·예상손해율의 차이는 15%p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실제손해율은 90%, 예상손해율은 104%로 실제·예상손해율의 차이는 14%p다.

뒤를 이어 한화손보의 실제·예상손해율 차이가 10%p, 삼성화재 8%p, DB손해보험 7%p, 롯데손해보험 4%p, 현대해상 -3%p 순이다. 특히, 현대해상은 주요 손보사 중 유일하게 예상손해율을 실제손해율 보다 낙관적으로 추정했다.

지난 14일 열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당사의 실제손해율은 타사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예상손해율은 타사 대비 5~8%p 높다"며 "당사는 예상손해율이 1%p 감소하면 최선추정부채(BEL)이 약 7000억 원 감소하고, CSM이 7000억 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보험사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예상손해율 1%p당 CSM이 수천억 원씩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회사간 실적손해율은 유사한데, 예상손해율의 추세는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확인된다"며 "현재 실적손해율보다 예상손해율을 현저히 낮게 가정한 회사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미래를 예측하는데 각 사의 방법이나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상품이 대동소이하고,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실적손해율과 예상손해율 간의 차이가 너무 크면, 재무제표의 신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이 단기 성과를 위해 자의적 가정을 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15일 현황 브리핑에서 "일부 회사들 같은 경우엔 저희가 보기엔 단기 성과를 위해 장기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김용범 부회장이 말씀하신 부분도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업계랑 계속 논의하면서 필요한 보완조치가 준비되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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