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4족 보행 로봇개 '스팟'이 올해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 개막식에 깜짝 등장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스팟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제74회 NBA 올스타전 개막식에서 'NBA 레전드' 샤킬 오닐을 무대 중앙으로 에스코트했다.

올스타전 선수와 관계자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오닐과 함께 등장한 스팟은 세로로 길게 늘어진 무대를 오닐보다 앞서 네 발로 걸었다. 무대 끝단에선 음악 소리에 맞춰 온몸을 비튼 뒤 관객들에게 팔을 뻗어 인사했고, 이후 무대 계단을 가뿐히 내려왔다.

스팟은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제25회 NBA 테크 서밋에도 등장했다.

좌장인 아담 실버 NBA 총재가 스팟을 부르자 스팟은 계단을 타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실버 총재가 스팟의 손에 고무를 쥐여줬고 스팟은 팔로 포물선을 그리며 이를 객석에 던졌다. 또한 스팟은 음악 소리에 맞춰 온몸을 비트는 재롱을 피우기도 했다.

실버 총재는 "이러한 물리적인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선수들을 돕는 데 사용될 것"이라며 스팟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AI 로봇들이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훈련을 보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스팟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의 야심작으로 불린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는데, 정 회장이 당시 직접 사재 2400억 원을 출연했다.

정 회장은 2022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스팟과 함께 단상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회장은 "로봇 공학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스팟은 각종 센서·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고온·혹한 등 극한의 상황이나, 자연재해 지역·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곳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머물던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 주변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 경호에 투입된 것으로, '쓰다듬지 마세요'란 경고문이 적힌 스팟은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과 함께 자택 주변을 순찰했다.

당시 스팟을 포착한 플로리다 지역 언론들은 미 비밀경호국 관계자를 인용해 스팟이 "보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자랑한다"며 "각종 폭탄 및 화학물 테러 위협을 탐지하는 기술과 열 감지 센서, 고해상도 줌 기능을 갖춘 카메라 등이 장착돼 있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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